[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가 개인의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나 산업적 목적의 학술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가명정보의 활용 길을 터준 셈이지만, 기업들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 간 결합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4차위는 지난 3일부터 양일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제3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열고 지난 2월 2차 해커톤에서 논의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조화' 방안 후속 조처를 논의했다.
당시 2차 해커톤에서는 개인정보의 법적 개념 체계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하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개인정보는 '홍길동' 처럼 특정 개인이 드러나는 정보를 말한다. 가명정보는 홍길동 같은 이름을 '1번' 처럼 가명으로 대체 사용한 형태로, 비식별정보처럼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재식별이 가능할 수 있다. 익명정보는 통계나 분석 형태의 정보로, 서울에 사는 20대 남성 같은 데이터다. 사실상 개인정보로서 의미가 없다.
이번 3차 해커톤에서는 가명정보의 활용 목적과 범위를 논의했다. 또 최초 수집목적과 양립되는 추가적인 개인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데 합의했다.
4차위는 "가명정보는 공익을 위한 기록 보존의 목적, 학술연구(학술 및 연구) 목적, 통계 목적을 위해 당초 수집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 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며 "학술연구 목적에는 산업적 연구 목적이 포함될 수 있고, 통계 목적에는 상업적 목적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EU GDPR) 등 해외 입법례를 참조해 가명처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개인정보를 당초 수집한 목적과 상충되지 아니하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정리하자면, 산학연구 등을 통해 공익 목적의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 이에 따라 기업들이 단순 사업목적으로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최초 수집목적과 앙립하는 선에서 개인정보 처리가 가능하도록 가능성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익명처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고 적정성 평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적정성 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제3의 기관(TTP)' 또한 마련키로 했다.
다만 TTP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포함한 기존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이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존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을 TTP에 포함하는 데 시민단체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
앞서 시민단체들은 KISA를 포함한 비식별조치 전문기관과 개인정보를 비식별조치한 보험사·카드사 통신사 등 20개 기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조치를 했더라도 기존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보면 기업이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제공·처리했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고발사건의 추이에 따라 TTP에 기존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이 포함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또 데이터 결합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산업계가 이견을 제시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해커톤에서 시민단체는 현행 체계 하에서 민간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연계·결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개인정보 침해 위협에 비해 공익적 가치가 큰 연구·통계 목적의 경우, 엄격한 거버넌스 하에서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연계·결합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획득한 경우 또는 익명정보 사이의 결합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활용의 경우, 가명정보 간 결합이 핵심이다. 금융데이터, 결제데이터 등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
가령 홈쇼핑사는 카드사로부터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의 결제 내역에 대한 가명정보를 제공받아, 우수고객이 선호하는 물품을 특정 시간대에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대한 추가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4차위 관계자는 "이번 해커톤은 큰 틀에서 합의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가명정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활용 목적과 범위를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성지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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