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모바일 단말기 속으로 들어온 은행'. 흔히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영업점을 찾아 번호표를 뽑고 대기순서에 따라 대면 창구에서 입출금이나 상품에 가입해지하는 절차가 떠오른다.
그러나, 1년 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 어플리이케이션을 다운 받아 설치하는 것만으로 은행업무의 전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불렀다.
출범 이후 달성한 눈 부신 성과를 두고 대면영업 중심의 기존은행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세의 배경은 은행 방문 없이 모바일앱 만으로 24시간 거의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하다는 편리성과 접근성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기존은행, 나 떨고 있니?
지난해 4월 3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문을 열었다. 영업 개시 후 5일 동안 케이뱅크의 앱 다운로드는 36만건, 계좌 수는 13만개를 넘어섰다. 오픈 직후부터 1분당 21명이 계좌개설을 한 셈이다. 당시 공식 앱 오픈 직후부터 이틀 연속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에 오르는 등 국민적 관심사로 인터넷전문은행은 큰 주목을 받았다. 출범 1년을 맞은 여·수신 규모는 2조3천200억원에 이른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같은 해 7월 문을 연 이후 5일간 다운로드 178만건, 계좌 개설 수 100만좌를 기록하며 유례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또 출범 165일째인 올해 1월 7일 오후 3시 기여이 계좌개설 고객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은 은행 방문 없이 모바일앱 만으로 24시간 은행업무가 가능하다는 점과 기존 은행점포 ATM 수보다 많은 편의점 ATM을 통해 수수료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편익이 한 몫했다.
케이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전화는 물론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24시간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고객센터를 열었고, 전국 1만여 개 GS25 편의점에 설치돼 있는 자동화기기(CD, ATM)도 24시간 365일 수수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비용 절감 효과를 고객에게 금리 혜택으로 돌려줬으며, 중신용자를 위한 상품을 개발해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는 1.73~2.0%로 다른 국내은행(1.13~1.7%)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3.6~5.59%,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3.25~5.50%로 모두 국내은행의 대출금리 수준(각각 3.74~6.41%, 3.53~5.76%)을 대체로 하회하며 인기를 주도했다.
◆인터넷은행, 수익모델 차별화 필요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후 가능성은 보였지만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과 차별성 있는 수익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바일뱅킹을 통한 대출 증대와 기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등 유의미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지만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 부재로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출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중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 아직은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대출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출범 1년을 맞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선포했다.
지난 3일 열린 출범 1주년 기념 기자 설명회에서 기존의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초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으로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혁신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는 출범 1년 만에 365일 24시간 어디서나 계좌 개설에서 대출, 보험가입까지 가능한 비대면 거래를 우리 금융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했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혜택의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신용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소홀했던 중소중견기업(SME)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소니은행이나 SBI스미신넷은행이 주택대출에 집중하고, 라쿠텐은행은 쇼핑몰 라쿠텐시장을 활용해 결제와 적립을 제공하는 등 각 은행별로 주력 사업이 다양하다.
◆'성장통' 유상증자 통해 불어난 자산에 대응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상향에 대응할 유상증자 성사도 당면 과제다. 카카오뱅크 주주구성이 단순해 지난달 7일 이사회를 열고 5천억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결의했다.
케이뱅크 역시 증자를 추진 중이나 21개 주주사 전체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분기 BIS 기준 평균 총자본비율이 25.19%인 케이뱅크의 경우 안정적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1천억원 유상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심 케이뱅크 은행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작년 9월부터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며 20개 주주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며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다음달 말까지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더 많은 자본금을 확보한 뒤 두 자릿수 BIS 비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인터넷 전문은행 1호라는 상징성을 가진 케이뱅크는 여신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에 1/5로 뒤쳐지며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서 또 새로운 1년을 맞게 됐다. 금리 경쟁 외 카카오 캐릭터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경쟁사의 이슈화에 대항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다변화된 사업 포토폴리오에 담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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