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업계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등도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출발한 알뜰폰에는 위협이 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성화 된 알뜰폰이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보완재보다 대체제(경쟁재) 성격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금력이나 규모의 경제 등에서 사실상 기존 서비스와는 경쟁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설비 구축, 망 재임대 등 다각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알뜰폰협회 등에 따르면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이동하는 사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해만 63만8천435명이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옮겨 간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이와 달리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사용자는 날고 줄고 있다. 지난해 이통3사로 이동하는 사용자보다 알뜰폰으로 유입된 사용자들이 여전히 더 많지만 그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 이 추세라면 올해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활성화, 국내는 고전
국내 알뜰폰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로 경쟁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시장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됐다. 2010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서비스 경쟁 활성화와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별정통신사업자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자격을 얻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2011년 7월 도입된 알뜰폰은 지난해 가입자 700만을 돌파하는 등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로 지난 6년간 대략 4조원 규모의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를 거둔 것으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수익성 확보 등 어려움으로 누적적자가 3천억원에 달하고, 최근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확대되고, 2만원대에 데이터와 음성통화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업계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알뜰폰이 위기에 처한 것은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국내 MVNO의 태생적 구조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령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알뜰폰과 같은 MVNO는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 출발했다. 단일 이통사가 전국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일부 지역이나 또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MVNO를 활용하고 있는 것.
또 일본은 교환설비를 갖춘 MVNO나 교환설비와 서버 등 자체 통합설비를 갖추고 이통사 무선전송장비에 연결돼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MVNE(망 재임대) 형태 등이 활성화돼 있다. 실제로 이통사인 KDDI는 알뜰폰에 가입자를 뺏기면서 최근 최대 20% 요금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는 MVNO 도입 시점에 이미 이통3사가 전국망 구축이 완료된 상태였고, 휴대폰 보급률도 92.4%로 사실상 포화수준이었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3사를 상대로 가입자를 뺏는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것.
또 국내 알뜰폰은 자체 설비 없이 이통사 설비를 그대로 이용, 요금을 설계하는 작은 의미의 MVNO 사업자로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통사와 경쟁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도 차이를 보인다. 말 그대로 저렴한 요금를 앞세운 저가 경쟁에 치중한 것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은 원인으로 꼽힌다.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도매대가 산정이 사업의 최대 관건이 되는 이유다. 이마저도 기존 2G와 3G는 '종량 도매대가' 산정 등 기준이 명확하지만 현재 대부분이 이용하는 LTE는 '수익배분' 방식으로 사업자 간 협의 사항을 따르는 것이어서 기준자체가 모호하다. 현재 도매대가 협상은 업계를 대신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의무제공업체인 SK텔레콤 간 협의로 이뤄진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LTE의 경우 도매대가는 수익배분 방식으로 산정되는 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업자와 어떤 기준으로 합의를 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SK텔레콤과 망도매대가 협의 내용에 알뜰폰 업계가 반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도매대가 인하폭 10%p를 요구했으나, 실제는 평균 7.2%p 인하에 그쳤다. 게다가 사용자 분포가 가장 많은 11GB+무제한 구간은 최대 3.3%p, 최저 1.3%p 인하에 그쳤다. 최근 알뜰폰 사업자는 이의 부담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를 잇달아 포기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제도 개선 등 정부 지원책 마련 시급"
국내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와 실질적 경쟁이 가능하려면 도매대가 산정 외에 이통사에 준하는 자체 설비를 갖추는 등 자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유연한 요금체계를 설계하거나, MVNE와 같은 망 재판매를 통한 신시장 창출에 집중하는 방식 등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이 시급하다는것.
하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알뜰폰과 같은 별정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MNO, 이통사)의 전기통신회선설비 등을 이용해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한정돼 있다.
별정사업자가 이통사의 교환설비 연결을 위해 자체 설비를 직접 설치할 권한이 없고, 임대한 망을 다시 재임대할 수 있는 근거도 불명확한 것.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알뜰폰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 설비가 없더라도 서비스 경쟁이 가능한 기본적 환경만이라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가계통신비 인하 등으로 알뜰폰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안은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연말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알뜰폰 사업자들과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유 장관은 또 “알뜰폰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어렵고, 보편요금제 나오게 되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 이 부분을 소홀이 할 수 없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부가 고민을 다 들어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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