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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美·中 통상압박…국내 철강·화학업계는 소송 대응


금호석유화학 지난달 제소…포스코·현대제철도 소송 중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내 철강·화학·태양광업계에 대한 주요국들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스탠더드강관, 철강선재 등 철강 제품은 물론 태양광전지, PET 수지, 메틸이소뷰틸케톤 등 국내 태양광·화학 제품들에 대한 무역제재 판정이 최근 들어 잇따르는 추세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공청회 참석, 소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상 규제에 맞대응하고 있다.

13일 코트라(KOTRA)와 한국무역협회,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중국·캐나다 등에서 국내 철강·화학·태양광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무역제재를 연달아 내리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된 국내 철강업계에 대한 반덤핑 판정은 연말에 접어들어서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한국을 포함한 6개국에서 수입된 냉간압연강관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상신철강이 48.00%, 율촌이 5.10%의 관세를 물게 됐다. 아직 예비판정이기 때문에 당장 관세를 물지는 않지만, 관세율에 해당하는 현금 보증금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 부담해야 한다. 최종판정은 내년 4월 나올 전망이다.

상무부는 지난달 말에는 지난 10월 25일 내렸던 한국산 철강선재에 대한 반덤핑관세 예비판정 관세율을 갑작스럽게 4배(10.09%→40.8%) 인상했다. 美 철강업체들이 한국과 미국의 선재 가격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통화 단위를 통일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상무부가 재조사 뒤 관세율을 수정 고시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대미 선재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스코의 부담이 커졌다.

상무부는 지난 7일에는 한국산 스탠더드 강관에 대한 연례재심에서 업체별로 8.18~38.1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관세율은 현대제철 38.16%, 아주베스틸·넥스틸·세아제강 23.17%, 휴스틸 8.18%다.

당초 미국 위주로 부과되던 철강업계에 대한 무역제재는 캐나다로도 이어졌다. 캐나다 국경관리청은 지난 5일 한국산 탄소·합금강관에 반덤핑 관세율 최고 88.1%를 부과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높아진 관세는 내년 1월 4일부터 향후 5년간 적용된다. 당초 캐나다 제조업체는 한국산 제품에 58.2%의 덤핑 마진을 주장했지만, 국경관리청은 정보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던 업체들에 대해서는 이보다 높은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율은 현대종합상사 52.2%, 현대제철 47.8%, 세아제강 27.5%, 넥스틸 12.9%, 휴스틸 4.1%, 기타 업체 88.1% 등이다.

화학·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판정은 중국과 미국에 의해 주로 가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1일 한국산 태양에너지급 폴리실리콘(Solar-grade polysilicon)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을 기존의 2.4~48.7%에서 4.4~113.8%로 조정했다. 당초 지난 2014년에 이전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들이 해당 관세가 실효성이 없다며 상무부에 재조사를 요청했고 결국 이번에 관세가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웅진폴리실리콘(113.8%), SMP(88.7%), 한국실리콘(0.5%), 한화케미칼(8.9%), OCI(4.4%) 등이 수정된 관세를 부과받아 부담이 더욱 늘게 됐다.

지난달 20일에는 한국·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산 메틸이소뷰틸케톤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인 금호P&B화학이 29.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앞서 같은 달 9일에는 한국·일본산 니트릴고무(아크로니트릴 부타디엔 고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정식 발표하고, 이들 고무가 덤핑 가격으로 수출돼 현지 기업과 산업에 손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이로 인해 제소된 상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지난달 8일 한국산 페트(PET)수지에 대한 산업피해 예비 긍정 판정을 발표했다. ITC는 한국산을 비롯한 5개국 PET수지로 인해 현지 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정했다. 상무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55.74~101.41%의 덤핑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제소업체들은 국내 업체들 중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롯데첨단소재, 포스코대우, 삼성SDI, SK케미칼, SK종합화학, SKC, 대림코퍼레이션 등 16개 업체들에 의한 피해를 지적했다.

ITC는 이와 별개로 지난 9월 22일 세이프가드 조사를 통해 태양광전지 수입 급증에 따른 미국 내 산업피해 유효 판정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이에 우리 정부와 국내 태양광업체들은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산 제품 수입이 현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 호주(철근), 터키(폴리카복실레이트)도 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각각 지난달 21일과 28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철강·화학·태양광업계를 겨눈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보다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양한 제품들을 통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점점 거세지는 반덤핑 조치 속에 국내 업체들의 맞대응 수위도 함께 거세지고 있다. 대상은 주로 미국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금호석유화학의 국산 합성고무에 부과한 44.30%의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합성고무의 일종인 ESBR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 9.66~44.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는데,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LG화학, 포스코대우 등이 관세를 부과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ITC의 판정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소송했다.

철강업계의 대미 소송은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현대제철(13.84%)과 넥스틸(24.92%)은 지난 4월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예비판정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는데, 최종 판정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CIT에 제소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6월 미국 정부의 탄소합금 후판 반덤핑(7.39%)·상계관세(4.31%)의 부과 증거가 불충분하고 적절치 않다는 소송을 CIT에 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열연·냉연강판에 부과된 60% 이상의 반덤핑·상계관세에 대해 CIT에 제소한 바 있다.

대미 소송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와 CIT를 통한 소송으로 나뉜다. WTO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할 수는 없고 소송 주체가 반드시 정부여야 한다. CIT의 경우 기업이 직접 소송을 거는 형태로,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철강·화학업체들의 소송은 CIT를 통한 소송이다.

WTO 판결의 경우 CIT를 통한 판결과 달리 강제성은 없다. 다만 상무부에서 내린 원심 판결 과정의 부당성을 WTO를 통해 판정받았다면, 이후 연례재심 때 원심과 같은 논리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할 명분이 없어지기에 국가 차원에서 WTO 제소 카드를 쓰기도 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상무부에서 판정이 나온 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CIT 소송과 정부를 통한 WTO 소송, 혹은 연례재심을 통해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CIT 제소의 경우, 민간기업 차원에서 부당한 관세 부과 등에 대해 법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정부는 정부대로 국가 차원에서 기업과 공조 체제를 갖춰 WTO 제소 등의 창구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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