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현대홈쇼핑이 올 3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외형 확장에 나섰던 현대홈쇼핑이 지속되는 업황 부진에 '내실 다지기'로 돌아선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4% 늘어난 314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는 시장 예상치(277억원)를 13.35%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2천471억원)이 홈쇼핑 빅3 중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효율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실제 현대홈쇼핑의 매출총이익은 0.4%p 증가하며 경쟁사 중 유일한 개선세를 나타냈다. 매출총이익이란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외형에 치중하던 전략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기존 채널의 성장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적정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CJ오쇼핑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한 2천59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 기준 업계 1위를 수성했다. 영업이익은 12.4% 증가한 304억원이다. GS홈쇼핑은 완전매입 상품이 줄어들면서 매출액(2천502억원)이 소폭(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6% 늘어난 303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현대홈쇼핑은 '先안정·後성장'이라는 현대백화점그룹 특유의 경영방침을 이어왔다. 경쟁사들이 마케팅과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때 현대홈쇼핑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덕분에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1위 현대홈쇼핑·취급액 1위 GS홈쇼핑·매출 1위 CJ오쇼핑'이라는 공식이 오래도록 유지돼 왔다.
이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현대홈쇼핑이 외형 확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2014년 CJ오쇼핑(당시 매출액 기준 업계 1위)보다 4천억이나 적은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1천451억원)이 가장 높았던 현대홈쇼핑은 그 다음해 영업이익이 1천107억원으로 고꾸라지며 홈쇼핑 빅3 중 꼴찌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만 20여개를 론칭하며 외형 확장에 주력했던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천323억원에 그치며 업계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는 1분기에 4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다시 업계 1위에 올라섰으나 2분기에 또다시 CJ오쇼핑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현대홈쇼핑 영업이익 개선 요인으로 렌탈·보험·여행 등 무형상품의 판매비중을 줄이고 이미용 등 고마진 상품 판매에 주력한 점을 꼽는다. 고가의 무형상품은 총취급고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이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등 광고비를 절감한 것도 영업이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경쟁사 대비 낮은 취급고는 남은 숙제 중 하나다. 올 3분기 현대홈쇼핑의 취급고는 8천670억원으로 3사 중 꼴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의 취급고는 9천467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CJ오쇼핑(8천897억원)은 현대홈쇼핑을 근소하게 앞서며 2위를 차지했다.
최근 2년간 CJ오쇼핑을 제치고 취급고 2위에 올랐던 현대홈쇼핑은 올해 외형 성장은 관심 밖인 모습이다. 올 3분기까지의 누적취급액은 GS홈쇼핑이 2조9천221억원, CJ오쇼핑은 2조7천119억원, 현대홈쇼핑이 2조6천648억원을 기록 중이다. 누적매출액(7천562억원) 역시 CJ오쇼핑(8천243억원)과 GS홈쇼핑(7천842억원)보다 뒤처졌다.
이에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외형과 내실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취급고를 늘리려면 가전이나 렌털상품 등을 많이 판매하면 되지만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늘면 영업이익도 느는 만큼, 현대홈쇼핑에서만 구매 가능한 자산화브랜드(PB)를 집중 육성해 오는 2020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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