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WD)의 방해로 인해 최종매각계약일이 잠정 연기된 가운데, 일본 현지매체들이 연일 SK하이닉스의 기술유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WD로 인한 위기를 SK하이닉스에 전가하는 제스처 일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19일 지지통신 등 일본매체들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한미일 연합에 속해있는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매체들은 SK하이닉스가 초기 융자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추후 의결권 취득을 위한 지분 전환을 행사할 것이라 추측하면서 기술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9일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의 최대 난제는 WD다. WD가 미국 법원에 매각금지 요청서를 제출했을 때도 도시바는 미국이 일본의 사업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며 일축한 바 있지만, 실제 첫 심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28일로 유보되자 최총 협상도 뒤로 미뤘다"며, "WD와의 갈등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SK하이닉스를 흔드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WD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금지를 위해 지난 5월 ICC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금지를 요청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매각금지 요청서를 제출했다. 첫 심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렸지만 결정이 오는 28일로 유보된 상황이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 전 후보군은 총 4곳으로 압축됐다. 미국 브로드컴 연합과 일본산업혁신기구 주도의 미일연합,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연합, 대만 홍하이그룹 등이다.
도시바는 자금 조달 능력과 기술유출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일본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는 미일연합과, 베인캐피탈이 이끄는 한미연합이 합친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미일연합을 선택하고자 했으나 도시바가 요구하는 2조엔(한화 약 20조5천억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다른 투자펀드를 물색하던 중 유력 후보인 한미연합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최종매각계약을 위한 도시바와 한미일연합간의 의견차를 좁히는 중이지만 WD의 방해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는 한미일연합은 일본산업혁신기구가 50.1% 지분을, 일본정책투자은행이 16.5%를 가져간다. 총 66.6%를 일본이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나머지 33.4%를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등이 나누게 된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출자금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인캐피탈도 비슷한 금액을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연합에서 제외된다면, 한미일연합의 인수 가능성도 크게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M&A의 경우 실익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작업이다. 하지만 마치 이러한 과정을 기술유출 가능성으로 엮어 의결권 행사를 원천 차단하는 한편, WD에게 쏠린 눈을 분산시키는 것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매각계약이 지연되면서 속이 타는 곳은 도시바다.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도시바의 계획은 지난 6월 매각대상자를 정하고 절차를 밟아 내년 3월 매각을 완료하는 것으로 설정했으나 현재 시간이 지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한편, 도시바는 한미일연합의 최종매각 계약이 불발되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의지를 보이는 곳은 WD와 홍하이그룹 등이 지목된다. WD와는 반독점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홍하이그룹과는 기술유출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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