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공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 플랫폼 확대 및 생태계 확산을 통한 또다른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의 클라우드 서비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AI 플랫폼 '클로바(CLOVA)'의 음성 관련 API를 추가했다.
카카오도 3분기 출시 예정인 AI 플랫폼의 API를 공개, 다양한 기업들과의 제휴 창구를 열어둘 계획이다.
NBP가 클라우드 플랫폼에 공개한 API 상품 중 음성 기술 관련 AI API는 음성인식 API와 음성합성 API 두 가지다. 음성인식 API인 '클로바 스피치 레코그니션(CSR)'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술로,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는 해당 API를 하루 3천600초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음성인식 API는 비서 앱이나 음성 메모 등 서비스를 만들 때 활용할 수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 일어, 중국어(간체)를 지원한다. 클로바의 API인만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확한 음성인식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함께 공개된 음성합성 API '클로바 스피치 신티시스(CSS)'는 음성인식 API와 반대로 주어진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이다. 음성 안내 시스템이나, 뉴스·책 읽기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역시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루에 1만 글자까지는 무료 사용할 수 있다.
박원기 NBP 대표는 "네이버의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가 반영된 API 상품들을 통해 기업들은 기술 및 장애 대응 등의 지원을 받으며 네이버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AI 및 API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내부 기술과 노하우들을 널리 확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AI 플랫폼이 출시되면 해당 API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AI 플랫폼 개발로 API 공개에 대한 세부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카카오는 '오픈 API'라는 방향성 아래 다양한 기업들과 상생 및 제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2014년부터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음성 인식 및 합성 API를 공개하고, 개발자포럼을 통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용, API를 발전시켜오고 있다.
카카오는 사람이 말하는 음성 언어를 컴퓨터가 해석해 문자로 변환해주는 음성 인식 엔진 '뉴톤' 개발 후, 지난 2014년 2월 해당 API를 공개하고, 같은 해 6월에는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음성 합성 API를 공개했다.
또, 올 초에는 음성 API의 무료 이용 건수를 한국어 음성 API 중 최대이자 기존의 4배 수준인 하루 2만 건으로 확대, 개인이나 기업이 보다 자유롭게 카카오의 음성 AP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방향성은 공개할 수 있는 기술들은 다 여는 것이고, 파트너들이 AI 플랫폼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일단 AI 플랫폼이 완성되고, 향후 연동에 문제가 없을 때 (해당 API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플랫폼 확대, 생태계 구축', 국내외 각축전
네이버와 카카오가 API를 열어두고 파트너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도모하는 것은 자체 개발 중인 AI 플랫폼의 빠른 확장과 이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 향후 시장 선도에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플랫폼은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수록 더욱 활성화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AI 플랫폼 역시 더 많은 기업과 제휴를 맺고 더 많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에 연동되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API 공개를 통해 경쟁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동차, 로봇 등에 자사 AI를 탑재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좋은 기술을 만드는 곳과 제휴해 생태계를 넓히고,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제휴만 하면 클로바 API 제공이 가능하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문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AI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수익 확대를 위한 API 공개와 이를 통한 많은 기업과 제휴를 맺는 것이 중요 상황이 되면서 말 그대로 API도 경쟁적으로 개방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투자기업 미즈호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투자사들은 아마존이 AI '알렉사'와 이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1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렉사 API는 지난 2015년 스킬 킷(Skills Kit)으로 공개된 후, LG 냉장고, 화웨이 스마트폰, 포드·현대·BMW 자동차 등에 탑재돼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도 AI 생태계 구축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AI 셋톱 '기가지니'를 출시한 KT가 지난달 30일 자로 기가지니의 AP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 파트너 사업자들에게 기가지니를 활용한 응용 서비스 개발의 창구를 열어둔 상태다.
KT는 또 AI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미래에셋대우와 제휴, 지난달 말부터 음성인식을 이용한 AI 금융 서비스를 기가지니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 글로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도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매틱스 구축 계약이지만 '기가지니'가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SK텔레콤 역시 '누구(NUGU)'의 API를 연내 공개할 예정이어서, 국내 시장에선 통신사와의 경쟁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클로바 공개 당시부터 기업들과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휴를 통해 API를 공개한다고 밝힌 것도 발빠른 생태계 구축을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역시 올 3분기 AI 플랫폼 앱과 스피커 출시를 앞두고 AI 관련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AI 관련 기업 투자부터 전문 인재 영입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고민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API 공개는) 기술 공유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카카오 서비스가 확장되고 보급되게 하는 차원"이라며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카카오의 기술들이) 더 넓게 사용돼야 카카오의 생태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이 데이터베이스(DB)가 많을수록 고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오픈 API 정책이나 제휴를 통한 API 공개 전략이 AI 시장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플랫폼은 결국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줘야 하기 때문에 DB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많은 회사들이 API 공개를 통해 생태계를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DB가 많은 회사가 강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지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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