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사례는 대형마트가 요즘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장면 아닐까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신선식품'에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고 봅니다."(대형마트 관계자 A씨)

국내 대형마트 매출 기준 2위 홈플러스가 전격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이커머스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오전 11시께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이날 오전 0시3분 온라인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약 11시간 만에 내린 개시 결정이다.
홈플러스는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전반에 걸친 위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의 온라인 시장 쏠림 현상과 함께 경쟁심화로 인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다. 이커머스로는 국내 강자인 쿠팡과 네이버 등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공습까지 가세하며 대형마트의 입지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신선식품 등 일부 품목과 매장공간의 경험이 주는 독특함이다. 먹는 건 보고 사야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한 데다, 오랫동안 유통망을 관리해온 노하우가 있어 이커머스가 이를 깨기 쉽지 않다. 실제로 생필품 등 공산품 분야는 전체 소비액 중 온라인 구매 비율이 50%에 달하지만, 신선식품은 20% 수준이라는 통계치가 나와 있다.
이는 최근 대형마트가 줄줄이 식품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1월부터 매장을 최대 70%까지 식품으로 채운 '메가푸드마켓'을 도입하며 경쟁력을 회복하려 시도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 매장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a17e33570375b5.jpg)
다만 대형마트가 식품을 앞세워 본업 강화에 나서자, 이커머스도 '미개척지'인 신선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프리미엄 프레시' 서비스를 출시하고, 과일·수산·채소·정육·계란·유제품 등 12개 카테고리 500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적인 프리미엄 기준을 충족한 상품을 선보여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에 대한 거부감을 깨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알리익스프레스도 브랜드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를 통해 '오픈마켓' 형식으로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인기 유튜버·인플루언서와 함께 국내 산지의 신선식품을 홍보하며,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불식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온라인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신선식품 매출은 12.0%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이끌어야 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오랜 경험을 가진 신선식품에서 승부를 봐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를 소유한 MBK파트너스의 위기상황과 맞물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MBK는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이 레버리지는 홈플러스의 정상 운영을 방해할 정도로 큰 짐이 됐다. 비용을 줄이고 일부 수익성이 있는 매장 등 20여개를 처분하며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는데, 원리금 상환 비용을 영업수익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홈플러스가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정산해주기로 하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4일 오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일제히 내렸다고 발표했다.
/진광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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