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을 둘러싸고 '노선 갈등'을 지나 '이념 갈등'에 휩싸였다. 이재명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정의하면서, 당내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 전략 측면에서 본다면 실보단 '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우클릭'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0.73%p 차이로 패배한 배경이 중도층, 나아가 일부 보수층의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교훈에 따른 전략 수정으로 해석된다.
'우클릭' 행보는 이 대표의 대선에 대한 절박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저는 저번 대선 때 제가 이길 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개헌 관철 여부 관련 질의에 대한 답이었지만, 지난 대선 당시 언급하지 않은 '중도·보수'를 이번 국면에서 꺼낸 것은 조기 대선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de16eeb1593e5.jpg)
이재명 "지난 대선 때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파격적 전략을 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거쳐 파면될 경우,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비명계 일부가 출발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공정'을 지적하지만, 이 대표는 '대선 행보'라는 비판에도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중도·보수' 발언도 '산토끼'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거를 앞두고 당이 이른바 '산토끼'를 잡기 위해 외연을 확장하는 행보는 항상 이뤄졌다. 다만 이 대표가 예고 없이 당의 정체성을 임의로 정해버리자, 비명(비이재명)계의 저항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도·보수 정당'을 둘러싼 당내 입장은 '공감과 반대'로 명확하게 엇갈린다. 수긍하는 쪽은 대표적으로 '친명계'다. 이들은 현재 극단화된 정치 환경에선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42ef9aad5e117.jpg)
친명계 "실용주의가 왜 문제?…공감대 형성될 것"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고와 행동의 유연성, 어떤 정책 선택에서 실용성, 다양한 가치에 대한 포용은 현대 사회가 급변하는 사회 속에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밝혔다.
한 당 관계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갑작스럽게 당의 정체성을 정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동안 여러 정책을 통해 (중도·보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며 "당내 다수 동의하는 것도 '실용주의 노선'에 공감했기 때문이고, 이번 기회에 방향성을 정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합리적인 지적은 당을 건강하게 할 수 있지만, 모든 정책 방향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진보니 보수니 얘기하는 것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민이 먹고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곧 형성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4b25fd4e2b4cc.jpg)
비명계 "대표 독단적 정체성 정립은 '월권'
반면 '비명계'는 반기를 높이 쳐들었다. 이들 역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도·보수' 표방 전략이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숙의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당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비명계가 그동안 지적했던 이 대표의 '사당화' 주장과 맞닿아 있는 탓에 비판 수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를 비롯해 잠룡으로 평가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사실상 비명계 전체가 비판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비명계는 이 대표와 각을 세울 견제 수단으로 '당 정체성' 논란을 활용하고 있다. 당내 세력과 지지층이 사실상 전무한 비주류 입장에선 이번 논쟁으로 인해 전통적 지지층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도·보수층이 이 대표 발언에 호응할지 여부다. 이는 친명·비명계 모두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전직 의원은 "이 대표 발언이 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거 전략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보고, 현재 정치 지형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지 독단적으로 정립한 것에 대해 당황했고,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럴 거면 일찌감치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거대 플랫폼을 열어 모든 인사들이 논의에 참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이런 식이라면 중도·보수가 호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754d16d3b9647.jpg)
정치권 "정책도 '중도·보수화' 이뤄낼 지가 관건"
전문가들도 선거 전략적인 측면에선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지 선언이 아닌, 여러 정책에서도 '중도·보수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가 호응의 관건이라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여러 행보에서 '우클릭'이라고 평가되는 선언을 해왔다"며 "이번 발언은 사실상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다'라고 방점을 찍은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무당층 입장에서 현재 이 대표를 보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며 "국민은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이나 행동 등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진정성을 느끼는 만큼, 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는 선언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소위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아도 무리는 없지만, 이제 3월 중순에 들어서면 당장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은 실제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성을 느끼는 만큼, 이를 위한 준비가 당장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이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중도·보수층도 반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난 20대 대선 패배로 인해 중도층을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민의힘이 현재 오른쪽에서 더욱 오른쪽으로 갔기 때문에 해당 공간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지금이 영역을 확장할 기회라고 본 것 같고, 경제적인 이익이나 혜택 등을 선보여 해당 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fd4e9c18638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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