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조기대선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신(新) 3김'이 반명 전선 구축에 나선 가운데, 친명계 견제가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해 4·10 총선 이후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급거 귀국해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뒤 나와 인사하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1c324c857da33.jpg)
당내 비명계 대선 후보로 꼽히는 '신(新) 3김'(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은 최근 '이재명 일극체제'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있다. 최대 약점인 세력 부재를 돌파할 전략으로 창을 내부로 겨냥하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 내 친명계 입장에서는 매우 껄끄러운 행보다.
이들의 발언 수위도 만만치 않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유·무죄에 따른 정치적 여파를 언급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일극체제 문제점과 지난 총선 당시 비명계 공천 학살인 '비명횡사'를 문제삼고 나섰다. 여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당 내 다양성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대표와 당 주류를 겨냥했다.
친명계에선 곧바로 목소리 차단에 나섰다. 집중포화 대상은 김 전 지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친노·친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인사인 만큼, 집중 견제 대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극체제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몰고 가는 것은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물론, 당을 분열시키고 떠난 이낙연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의 말과 정하게 일치한다"고 했다. 김준혁 의원도 같은 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연일 친문계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의도하지 않더라도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평가절하하면서 김 전 지사를 견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 후보가 되려면 분명한 비전과 가치 노선이 있어야 되고 이에 동의하는 당원·지지자 조직이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지난 대선 이후 한 때 구속돼 있었고 이후에는 외국에 갔다 오셨기 때문에 그런 공백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 주장대로 비명계가 대선에 나오기 위해선 '지지 세력'은 필수적이다. 실제 이미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지지가 견고한 상황에선 비명계가 파고들 틈새는 없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비명계 잠룡들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진보 지지층으로부터 낮은 지지를 받자, 당내에서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급거 귀국해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뒤 나와 인사하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c045d7a2c5310.jpg)
비명계의 소위 '일극체제 타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18 전당대회 당시 김두관 전 의원은 친명계 집중 견제 속에서도 '반명' 기조를 주창했다. 그러나 당내 다양성 필요성과 극단적 성향의 지지층(개딸) 결별 등 김 전 의원의 '이재명의 민주당' 비판에 동조한 것은 12.12%(누적 득표율)에 불과했다. 반면 이 대표는 85.40%를 얻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증명했다. 현재 비명계들이 일극체제를 비판해도 당내에서 지지를 보낼 지지층은 10%에 불과하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8월 이후 정치권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돌풍'이 어디까지 커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르면 3월 중순 2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유·무죄 결과는 대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즉,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비명계에선 이 불확실성이 당내 틈을 만들 기회라고 보는 분위기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는 지난 1월 탄핵 정국 이후 역할론에 대해 논의한 이후, 당내 잠룡과의 접촉을 본격화하고 있다. 초일회는 오는 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강사로 초청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 등 현안을 두고 토론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이들은 지난 총선 당시 불거진 '비명횡사'가 단결 부재로 일어났다고 판단하는 만큼, 세력화 필요성에 대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초일회 구성원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 주도로 꾸린 싱크탱크 '일곱번째 나라 LAB(랩)'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친문계인 이인영 의원과 김한규 의원,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문계가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여기서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세력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급거 귀국해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뒤 나와 인사하고 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3bd2f8f7019f5.jpg)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도 유죄를 받는다면 일극체제 균열이 불가피하고 '선수교체론'에 불이 붙을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2심에서도 유죄를 받는다면 당대표 사퇴론이 제기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선수 교체론'도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비명계의 공세 내지는 활동 영역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친명계도 이 대표가 2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심에서조차 유죄가 나온다면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선수 교체론이 불이 붙는다면 가능성이 높은 쪽은 김 전 지사가 될 것"이라며 "친명계도 따지고 보면 친노·친문계 일부가 넘어간 것인데, 교체론이 제기된다면 재결집이 이뤄질 것이고 김 전 지사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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