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 기업이면서 한국에 사업장을 두고,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84%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GM에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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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오는 4월 2일 발표할 예정이고, 그 규모는 25% 정도 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은 예견됐지만, 구체적인 관세율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국 우선주의 철학에 기반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사실상 GM의 수출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49만9559대로, 이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5%(47만4735대)를 차지한다. 특히 국내 부평,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41만8782대로, 전체 수출 물량에서 88.5%를 차지한다. 한국 GM이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수출 물량 증가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증가 덕분이었다.
한국GM의 수출 전략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로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GM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9% 줄어든 2만4824대에 불과했다. 주력 모델인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21.2% 감소한 1만86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장기화하면 GM 본사의 글로벌 생산 전략 수정으로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GM 본사는 지난해 부평공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생산 결정을 철회하고, 2018년 전북 군산공장에 이어 2022년 11월 부평 2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 재조정을 단행했다. 작년 말에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100명에 달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미국 GM 본사 측의 대응 방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가 지속할 때 공장을 어디에 배치할지 혹은 이전할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GM은 멕시코 등에서 공급망 개편에도 착수했다. 지난 1월부터 '쉐보레' 브랜드의 전기차(EV) 등을 생산하는 멕시코 북부 공장에서 생산 규모를 축소했고, 일부 멕시코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GM은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 일환으로 한국 사업장 철수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먹튀' 논란과 함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당시 한국 정부가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하고, GM은 10년간 한국 사업장 유지를 약속하며 사업장 철수는 일단락된 바 있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에서 만든 차는 관세없이 미국에 수출해 왔다. 관세 0%로 한국을 주요 생산 거점 중 하나로 활용하며 수익을 봤던 GM이다. 그런데 관세 25%의 부담이 더해지면 굳이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전략적 필요성이 크게 떨어진다.
오는 2027년이면 GM이 약속한 한국 사업장 유지 기간 10년이 도래한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한국GM의 직원 수는 1만1000여명, 1차 협력사만 276곳에 달한다. 2018년 군산 공장 폐쇄로 고용 효과는 3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중요한 일익을 맡고 있다. 한국 정부가 GM의 한국 사업장 철수를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한국GM의 한국사업장 철수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군산공장 철수 당시 군산이라는 도시가 '황폐해졌다'고 할 만큼 여파가 컸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이들을 상대로 했던 지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도 문을 닫았다. 기업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자양분이다.
2018년 한국 정부가 한국GM에 투입한 8100억원이 단순히 수명연장 비용으로 끝나선 안 된다. 당시 GM의 철수 계획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산업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최악의 결과를 막았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현실화한다고 해도 한국에 발을 붙여두도록 하는 대안을 선제적으로 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김종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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