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수 상한 19명…영풍,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실패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고려아연의 열세로 예상됐던 임시주주 총회에서 이사 수 상한 19인 설정 안건이 가결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의 이사회 장악이 사실상 불발됐다.

현재 12인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영풍 측 이사진 7인이 모두 진입하더라도 과반을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에서 개최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이같은 안건이 의결됐다.

이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출석 주식수의 73.2%가 찬성했고 반대 26.4%, 기권 0.6%다. 의결권 있는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및 의결권 있는 총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로 가결됐다.

이번 안건 통과로 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은 실패하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진은 총 12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 1명과 최윤범 회장 측 11명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이번 안건 가결에 따라 최대 7명의 신규 이사진이 선임되는데 7명 모두가 영풍 측 인사로 채워지더라도 영풍 측 이사 수가 8명에 불과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고려아연이 상정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도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의 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법원의 판단은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에 대한 판단일 뿐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표결에 붙였다.

다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집중투표제는 오는 3월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부터 적용된다.

이날 임시주총 표결은 모두 영풍 측의 의결권이 배제된 채 이뤄졌다. 애초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의결권 기준 지분 구도에서 약 7% 앞서고 있는 영풍 측의 승리로 예상이 됐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원천 차단하면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일 고려아연 측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보유 중인 영풍 주식 10.33%를 매도하면서 영풍의 상호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라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25.42%를 갖고 있다.

영풍 측은 SMC가 외국 법인임에 따라 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고 의결권 배제가 부당하다 항변했지만 임시주총 현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풍 측은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청사진을 밝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MBK 역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