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채송무기자]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선은 지난해 말까지 우리 사회를 뒤흔든 촛불 집회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태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지만, '이게 나라냐'로 대표되는 사회 변화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시작했다.
최순실 사태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이른바 엘리트 계층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젊은이들이 알바를 하고 스펙을 쌓으며, 그마저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살다 19살의 젊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목숨을 잃는 한편에서는 재벌·대기업과 엘리트 관료들이 스스로의 이윤을 위한 비리와 청탁, 묵인이 판을 치는 불합리한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침몰한 배와 함께 수장된 어린 학생들의 뒤에 '해피아'로 대표되는 부패의 사슬이 나타나 분노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음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법은 여전히 재벌에게는 관대했고, 국민의 안전은 팽개쳤다.
현실에 분노한 촛불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뿐 아니라 '재벌들도 공범이다' 등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 반대, 검찰·언론 개혁 등을 주장했다 추운 날씨에도 청소년,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들이 촛불을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했다.
이제 이같이 표출된 국민의 민심을 정치권에서 제도화시켜야 한다. 지나간 2016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들이 추락시킨 국격을 국민들이 촛불로 다시 높였다면, 이제 표출된 민심을 정치권들이 다시 받아안아 우리 사회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는 것이 대선이다.
◆여야 대선주자들 한 목소리 다짐, 국가 대개조
이같은 의미 때문인지 대선주자들은 세밑과 신년을 맞아 국가대개조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국민에게 보내는 신년사를 통해 "그간 쌓인 제도적 결함과 잘못된 관행으로 누적된 폐단 때문에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국민은 촛불을 통해서 그들의 실망과 분노를 폭발시켰다"며 "이제 겸허하게 문제를 직시하고 일체의 부조리, 불공정한 구습을 혁파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번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그야말로 확 바꿔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며 "깊어지고 있는 우리의 분열을 메이고, 소외된 분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국민적 결단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과 대선주자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새해 사자성어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를 뽑았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함락 소식에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용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준 글귀로 문 전 대표 측은 "지금 우리가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야 할 때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우리나라가 모든 영역에서 반칙과 특권, 불공정과 불공평의 적폐를 청산하고, 기회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공정국가’를 건설하는 원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촛불민심은 70년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한 나라, 희망의 나라를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나라, 인권과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나라, 복지가 확대되고 사람다운 삶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전쟁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새해 사자성어로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제시했다.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제 시대교체의 때가 되었다. 마지막 기회"라며 구 질서 청산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분산, '모두의 경제'를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새로운 역사로 전진해야 한다. 국민적 공분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급변하는 안보·외교 환경, 국내외 경제위기, 정치 리더십 공백 등 과제가 적지 않지만, 우리는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보수신당의 주역인 유승민 의원은 사자성어로 '낡은 것을 깨뜨려야 새 것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인 불파불립(不破不立)을 선정했고, 오세훈 전 시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인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선택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코리아 리빌딩을 화두로 삼고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대립과 불통, 독식의 구체제를 청산하고, 자유와 공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미래비전과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수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선 앞둔 정치권 이합집산 시작, 촛불의 감시 주목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에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주자들이 대선주자 지지율 상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변화가 예상된다.
벌써부터 반기문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정치권이 보수 및 중도연합, 제2의 DJP연대 등이 거론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개헌 및 결선투표제 도입 이슈 역시 대선판을 뒤흔들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논의가 국민의 여망 실현보다는 권력 창출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숱한 이합집산이 일어났지만, 국민 위주가 아닌 권력을 위주로 한 것이었고 당연히 국민의 삶에 변화는 없었다.
촛불국민의 등장으로 우리 정치권도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T 기술로 무장한 촛불국민들은 직접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였다. 주목받지 못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주자 수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한 '이재명 신드롬'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들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도 보여줬다.
촛불국민이 정치권을 추동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만들어냈듯이 감시와 견제를 통한 대의 민주제의 보완이 이뤄진다면 2017년 대선은 과거 혁명에 성공하고도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한계를 보였던 1987년과는 달리 촛불 민심의 제도권 반영이라는 국민의 성공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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