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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란된 계란]'비상' 걸린 빵집·분식집, 계란 찾아 '동분서주'


AI 파동에 물량 부족으로 발 동동…대형업체보다 동네상권 타격 커

[장유미기자] #지난 주말. 한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 구매부서 직원들 휴대전화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각자 계란 한 판 이상씩 사서 가져오라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해당 부서 직원들은 회사에 많게는 계란 세 판을 사서 한 곳에 모아뒀다. 이는 계란 수급이 어려운 만큼 직원들이 나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파동'으로 베이커리 업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당장 매출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케이크의 주재료인 계란 사용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처지다.

하루 60~70톤씩 계란을 사용하고 있는 대형 베이커리 업체들은 그나마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올 연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매주 계란 공급가 인상 공지를 받은 상황으로, 장기화 될 경우 원가 상승 압력뿐만 아니라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제품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베이커리 업체 관계자는 "구매부서에서 차질 없이 물량을 조달하려고 하지만 매일매일 상황이 달라 쉽지 않다"면서 "기존에는 2~4일 가량 여유 물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계란을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번 주말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이후부터는 물량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크다"며 "계란은 대체제가 없는 신선식품인 탓에 이번 일이 장기화되면 업계가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동네빵집 역시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계란을 구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한 해 케이크 매출 중 15% 가량이 집중되는 12월을 맞아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계란을 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동네빵집 관계자는 "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데 계란을 평균 3~4개는 사용해야 하지만 물량이 없어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계란을 구하기 위해 지인들한테 부탁하는 전화만 돌리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이디야커피, 카페베네 등 디저트 강화에 나서던 커피 전문점들도 계란 파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란을 사용하는 메뉴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큰 어려움은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데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류 등을 생산하는데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제과업체 역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계란과자, 홈런볼, 오예스 등 주력 제품에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해태제과는 계란값 인상으로 공급가가 오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가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설탕에 비해 계란은 과자 생산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편"이라며 "아직까지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계란이 주재료인 파이류 등을 많이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란 파동으로 외식업계도 비상에 걸렸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메인으로 계란을 사용하는 메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계란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계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대신 디저트, 빵 등을 만들 때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업체뿐만 아니라 동네상권을 중심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특히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던 계란 후라이는 식당마다 자취를 감췄고 일부 식당에선 계란후라이 가격을 최대 4배까지 올렸다. 또 부담없이 안주로 먹기에 좋았던 계란말이 역시 메뉴판에서 이름이 속속 빠지고 있다. 분식집들도 라면에 계란을 빼거나 김밥에 듬뿍 넣었던 지단도 반 이상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계란 공급이 최소 10개월은 더 이어질 거라는 말이 돌면서 계란 관련 메뉴를 당분간 빼려는 식당주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분식집들은 최근 라면값까지 올라 원가부담이 커져 울상이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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