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체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17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대비해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면서도 이번 심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최순실 게이트'와 엮여 최종 심사 진행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인 만큼 시간별로 심사 관련 동향을 체크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17일 오후 8시에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추가 특허권 3장을 거머쥔 주인공을 발표한다.
관세청 관계자와 심사위원단은 지난 15일부터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강원지역과 부산지역, 서울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17일 오후 1시부터 유통 대기업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종합 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8시에 결과를 공개한다. 대기업들의 발표 순서는 현대백화점, HDC신라, 신세계, SK, 롯데 순이다.
이번 신규 면세점 특허심사 기준은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 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150점)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특히 관세청은 이번 심사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해당업체의 총점과 세부 항목별 점수까지 공개할 방침이다. 특허권은 각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채점한 후 평가결과 평균값이 600점 이상을 얻은 사업자 중 상위 3개사가 얻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준에서 면세점 운영 능력과 기업의 재무상태 등의 배점이 높아 객관적 자료를 기준으로 심사를 할 경우 이번 면세점 비리 의혹이 심사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입찰을 진행하는 만큼 결과 발표 이후 후폭풍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면세사업, 심화 경쟁 속 각종 리스크 부담 커져
여러 논란 가운데서도 업체들이 이처럼 면세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는 면세업이 여전히 고속 성장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시장은 한계에 다다른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시장 매출액은 2011년 5조4천억원에서 2012년 6조3천억원, 2013년 6조8천억원, 2014년 8조3천억원, 지난해 9조2천억원으로 올해는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5년만에 매출액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05년 71만명에서 2014년 612만7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메르스 영향으로 598만4천명을 기록했으나 올해 600만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매년 성장세를 보였던 면세사업도 최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등에 휘말리며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지난해 특허권을 얻어 올해 오픈한 두타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등이 적자에 허덕이면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 정치적 변수에 따른 해외 관광객 감소로 매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면세점의 매출이 큰 영향을 받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면세점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꺾일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 新시장 '강남'서 HDC신라·신세계·현대 '맞불'
이번 입찰전에서 '면세점 비리 의혹'에 발목이 묶여 롯데와 SK가 심사에 탈락할 경우 HDC신라·신세계는 '사업 확장', 현대는 '면세사업 진출'의 기회를 잡게 된다.
이들 중 현재 업계에서 가장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단연 HDC신라다. 이곳은 기존 면세점에서 볼 수 없는 '정보 기술(IT) 결합'을 통해 체험형 면세점을 만들어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비전을 앞세웠다.
이를 위해 HDC신라는 삼성과 손잡고 다양한 체험형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이곳은 후보지로 내세운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쇼핑뿐 아니라 정보·기술(IT)과 한류를 결합한 체험관, 가상·증강현실(AR·VR) 기술을 활용한 편집매장 등을 설치해 중국 개별 관광객(싼커)을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플래그십·편집숍 등 젊은 관광객이 선호하는 매장을 전면 배치하고 '용산-중구-강남'을 중심으로 관광산업도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HDC신라면세점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는 "이번 사업 신청은 관광 산업의 질적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며 "평가 항목 5개 모두 만족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한 만큼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명동점을 오픈한 후 비교적 시장에 잘 안착하고 있는 신세계는 이번 특허권 취득을 통해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초구 센트럴시티를 입지로 내세운 이곳은 호텔, 백화점, 극장, 서점, 레스토랑 등 모든 쇼핑·관광 인프라가 갖춰져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개별 관광객들을 공략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인근에 교통체증이 심한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신세계는 앞으로 5년간 3천500억원을 들여 서초·강남 일대를 '관광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을 앞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신세계는 특허권 취득 시 예술의 전당, 반포대로, 세빛섬을 잇는 4.6㎞ 보행로를 만들어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고 서초동 '악기마을' 골목길 보행로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재무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면세사업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탓에 심사일이 다가올수록 사업권 획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코엑스가 한국 최초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되면서 현대면세점은 이번 입찰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코엑스 인근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내세운 현대백화점은 입지적 강점뿐만 아니라 강남권 후보기업 중 가장 큰 면적, 명품 유치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은 특허권 획득 시 100억원을 투자해 '미디어 월' 등 강남지역 인프라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며 500억원 사회환원 등 사회공헌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이번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입찰이 경쟁력 있는 사업자 진입을 통해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국가경쟁력도 제고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며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년 서울 시내면세점은 기존 9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져 명품 유치에도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쟁 심화와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에 이어 구찌까지 동화면세점에서 매장을 정리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으로 매장을 이동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만큼 면세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번 심사에서 업체의 규모를 떠나 경영능력·콘텐츠 등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를 잘 검증하고 판단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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