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발표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마지막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번 심사는 여러 비리 의혹 등으로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지만 관세청이 예정대로 일정을 강행키로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청은 빗발치는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14일 입찰 참여 기업들을 평가할 심사위원단까지 확정하며 심사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각종 사업계획과 사회공헌, 상생활동 등을 마지막까지 적극 알리며 사업권 획득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후의 5분"…각 업체 대표 입에 달린 '사업 명운'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프레젠테이션(PT)에는 각 업체의 대표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PT는 현대, HDC신라, 신세계, SK, 롯데 등의 순서대로 진행되며 오는 17일 오후 총 3곳의 사업자가 선정된다. 심사위원단들은 오는 15일 오전부터 심사가 진행되는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합숙에 돌입한다.
PT 첫 순서인 현대면세점은 이동호 대표가 직접 나선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면세사업에 대한 현대의 열망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이길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가 총대를 멨다. 작년 7월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에는 양창훈 공동대표가 진행해 특허권 획득에 성공한 만큼 이 공동대표도 이번 PT에서 HDC신라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어 신세계디에프와 SK네트웍스에서는 성영목 대표, 문종훈 대표가 각각 발표에 참석할 예정이다. 성 대표는 서초·강남 일대의 문화·관광 허브 구축 계획을, 문 대표는 복합리조트형 면세점 구축 및 동북권관광 벨트 조성 계획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장선욱 대표가 월드타워점이 선정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발표한다. 장 대표는 이전까지 면세점 입찰 PT를 해 본 적 없지만 특허권 획득에 대한 롯데의 강한 의지를 안정적으로 잘 시연할 것으로 롯데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앞으로 5년간 관광·문화·상생의 메카 조성을 위해 2조3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외국인 관광객 1천700만명을 유치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PT를 앞두고 업체간의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데다 사업의 명운이 걸린 일인 만큼 직접 발표에 나서는 대표들의 긴장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며 "5분이 할당된 PT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여러 번의 예행연습과 발성까지 체크 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치부심' 롯데·SK, 검찰 수사에 '사면초가'
온갖 논란에도 관세청이 선정을 강행키로 했지만 입찰에 나선 일부업체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다. '면세점 관련 뇌물죄 의혹'에 롯데와 SK가 휘말리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SK는 지난해 11월 특허권을 각각 두산과 신세계에 뺏긴 후 면세점 신규 특허를 다시 획득하고자 하는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냈다. 또 정부는 2년마다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여부를 검토키로 했던 입장을 갑자기 바꿔 1년여만인 올 3월 면세점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 방안을 발표했고 결국 4월 29일에는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키로 결정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SK와 롯데그룹 오너는 올해 2~3월 연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차례로 독대했고 각 그룹은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등에 수십억원을 출연했다. 이로 인해 두 곳은 재단 출연이 면세점과 관련해 '대가성'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 당시만 해도 부활을 노리는 롯데와 SK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며 "그러나 최근 면세점 로비 의혹을 둘러싼 청문회,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되면서 롯데와 SK의 특허권 획득 가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눈치 껏 도전' HDC신라·신세계 VS '간절한' 현대
의혹과 큰 관련은 업지만 이번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나머지 업체들 역시 매일 변하는 상황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관세청이 일단 입찰 일정을 강행키로 했지만 야당의 반대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대응하기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PT와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각 업체들은 기존 공약과 사업 계획을 재점검하며 PT 발표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더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우선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을 획득했던 만큼 조금은 여유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사업권을 얻었기 때문에 이번 심사에서 이들이 승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면세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어 승률은 반반이다.
특히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사인 HDC신라가 특허를 획득하게 되면 호텔신라는 롯데면세점을 더욱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롯데는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62%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위인 호텔신라(25~26%)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HDC신라가 이번에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폭을 더 좁힐 수 있게 된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이번에 특허를 획득하면 3위 자리에 안착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는 지난 5월 오픈한 명동점을 조기 안착시킨 역량을 강조해 센트럴시티를 입지로 정한 강남 입성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또 기존의 역량을 바탕으로 강남점에서 3년 안에 1조 매출을 달성해 업계 3위 자리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다만 HDC신라와 신세계가 동시에 특허를 따낼 경우 3위 자리를 두고 양사는 또 다시 접전을 펼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HDC신라와 신세계가 함께 사업권을 획득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롯데의 독과점을 잘 견제할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신세계는 면세사업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 등 능력 평가에서 롯데와 SK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면세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입찰전에서 롯데·SK 만큼 사업권 획득이 간절한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 빅3로 불리고 있지만 롯데·신세계와 달리 면세사업에 일찌감치 합류하지 못해 유통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최순실 게이트와 가장 연관이 없는 곳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번 입찰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 외 나머지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평가항목에는 없지만 현대백화점이 도덕적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백화점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유동비율을 제외한 자기자본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 3개 항목에서 가장 우수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면서도 "사업을 하게 되면 유통 노하우가 있는 만큼 약점을 잘 극복하며 모기업인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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