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출시됐다. 엔씨소프트가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는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첫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이목을 모았던 작품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완성도에 쏠렸다. 그동안 한국 게임 시장에 획을 그었던 온라인 게임들을 냈던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에서도 개발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오랜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진득하게 플레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과 같은 '임팩트'는 없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기획적 측면에서는 새로울 건 없지만, 동일 장르의 여타 게임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 게임은 다채로운 몬스터를 수집하고 육성해 나만의 팀을 이루는 전형적인 수집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수집 RPG는 2013년 출시된 '몬스터 길들이기'의 성공 이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주류의 입지를 누린 장르다. '서머너즈워'의 흥행으로 '난공불락' 서구 시장도 넘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린 핵심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집 RPG는 한국은 물론 옆나라 중국에서도 너무나 많은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차별화를 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일단 한번 궤도에 올려놓기만 하면 지속적인 캐릭터 업데이트로 장시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이러한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너무나 많은 게임들이 나와 있어서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라는 걸출한 IP를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이 게임은 한국에서 게임 좀 해봤다는 남자라면 모를 리 없는 '리니지'의 주요 특징을 곳곳에 녹여냈다. 진중한 느낌의 원작을 귀여운 SD풍으로 재해석하는 모험을 했는데 생각보다 큰 이질감은 없었다. 특히 앱아이콘을 장식한 '버그베어'의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깊었다.
엔씨소프트가 시중에 나와있는 기존 수집 RPG들과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버했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몬스터들에게 일일히 음성 더빙을 입힌 점이나 스토리를 진행할 때 등장하는 컷신들, 특수 기술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연출 등은 분명 여타 게임에서는 보지 못한 품질이었다.
종합하면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검증된 흥행 공식과 유명 IP,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끌어올린 완성도를 승부수로 내건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 대신 안정을 우선한 셈이다. 그러나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들었던 것은 한국에서 최고 개발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엔씨소프트라는 네임밸류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해는 갔다. 어떻게든 모바일 게임을 흥행시켜야 하는 내·외적 압박을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시장을 선도할 만한 파격적인 게임을 내는 모험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과거를 돌이켜보면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길을 내기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장르를 재해석해 업그레이드하는 데 두각을 나타낸 회사였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듯싶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