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78개로 쪼개져 있는 케이블TV(SO) 권역 폐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초 미래부는 이 같은 케이블 권역 조정 등을 담은 유료방송발전방안을 확정, 이달 초 발표하려 했지만 중순 이후로 미뤘다.
케이블TV 진영이 지역성 훼손, 통신사와 불공정한 경쟁 등을 이유로 권역 폐지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미래부로서는 이를 강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미래부 관계자는 "유료방송발전방안은 연내에는 발표되지만 당장 다음주도 힘들 것 같다"며 "당초 이달 둘째주 정도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는 논의 시간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부는 중장기적으로 '동일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 아래 여타 유료방송과 같이 케이블TV도 기존의 권역별로 나뉜 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래부는 SO가 유일한 유료방송사업자였던 20년전 획정된 사업권역이 현 시장상황 및 제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권역별 규제를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금지하면서 케이블TV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판단대로 케이블TV 권역 제한이 풀리면 케이블TV업체(SO)가 강서구로 허가를 받고 영등포구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권역별 제한이 풀리면 케이블TV 업체간 인수·합병(M&A) 등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경쟁제한성 심사에서 시장을 현행 전국이 아닌 78개 케이블TV 방송권역으로 획정, 구역별 시장점유율을 따져 이의 결합을 불허했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케이블 업계가 이같은 정부의 권역제한 폐지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 지역 채널로서의 가치가 훼손되고 통신사 IPTV와 같은 전국 사업자와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블 업계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권역 폐지 반대 주장을 명확히 했고, 정부에도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또 철회되긴 했지만 지난 7일 미래부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권역이 폐지되면 전국구 사업자인 통신사와 그렇지 않은 케이블 방송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케이블TV는 지역채널까지 운영하지만 전국구 사업자인 IPTV는 이같은 지역성 있는 콘텐츠에 힘을 실을 수 없다"며 권역 폐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M&A가 무산 된 이후 개별 SO 인수에 나서면서 매각이 아닌 자력 생존 및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변수가 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SO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강원방송 인수 이후 2년 만에 M&A에 재 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이와 관련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매각 계획은 없다"며 "SO 인수는 시장 상황과 시점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미래부의 유료방송발전방안 확정안에는 이 같은 '권역 폐지'를 빼거나, 이를 추진하더라도 미래부가 검토하던 디지털전환이 완료되는 2018년 이후로 유예기간을 길게 두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래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반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사업자는 물론 방통위 의견까지 수렴할 계획"이라며 "아직 정해진게 없다"고 말했다.
대신 미래부는 유료방송발전방안에 포함돼 있던 방송과 통신을 묶은 결합판매의 동등결합 지원책의 일환으로 내주께 '동등결합 가이드라인'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다.
동등결합은 이통사가 케이블의 방송이나 인터넷을 자사 무선 서비스와 묶어 팔거나 케이블 방송이 자사 방송이나 인터넷과 통신사의 무선 상품을 같은 조건으로 묶어 팔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체들의 요구를 반영, 내년 초 동등결합 상품 출시를 준비중에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협상 대상자(SK텔레콤, 케이블TV 업체)의 협의가 다소 길어져서 가이드라인 발표시기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다음주에는 나온다"며 " 협상 기간과 절차, 판매 수수료 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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