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최순실 파문으로 정국이 한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5일 영수회담을 갖기로 해 어떤 대화가 오갈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청와대와 민주당에 따르면 양측의 회담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추 대표가 이른 오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일대일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추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려 영수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당내 의원들 다수 뿐 아니라 어제 가진 긴급 중진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100만 촛불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고 오겠다"며 "절대로 민심 보다 권력이 앞설 수는 없다.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추 대표가 박 대통령과 만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산된 퇴진 여론을 전달하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긴 뒤 2선 후퇴하라는 요구를 거듭 전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 추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과도 내각을 구성하고, 조기 대선을 치러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하는 방안을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추 대표와의 회담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명확히 밝힐지는 미지수다. 특히 야권 일각과 시민사회의 하야 요구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워낙 부정적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국회 추천 총리 내각 통할'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영수회담이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국민의당·정의당 반발에 당 내부서도 '의구심'…秋 의중 뭘까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추 대표가 해명하고 (영수회담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 균열 우려만 키우는 회담"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해 온 추 대표가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석 후 입장을 급선회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추진하면서 당 지도부와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점도 당내 혼란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추 대표는 전날 밤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영수회담을 제안하겠다는 의사와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 대다수가 언론 보도를 보고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의중을 모르겠다. 정국을 주도해 보겠다는 의지인 것 같은데 너무 성급한 것 같다"며 "청와대 입장에서는 가려운 데 긁어 준 격 아닌가. 영수회담 이후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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