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촛불집회 함께 하고 싶지만…정치인으로 고민"

[윤채나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최순실 파문' 촛불집회와 관련, "정치권에서 결합하게 되면 혹여 순수한 집회가 오염되거나 진영논리에 갇혀 정쟁처럼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인사와의 대화에서 "지금 촛불집회가 큰 감동을 주고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집회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여를 예고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내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은 회동을 갖고 '박근혜 하야'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주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문재인은 촛불집회에 함께하고 싶다. '문재인 뭐 하느냐', '촛불집회에 나와라'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듣는다"면서도 "정치인 문재인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또는 퇴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며 "그렇다면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끝내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마지막 과정은 정치적 해법 모색이 될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는 국민들의 하야 민심을 받들면서도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결해 내는 해법을 모색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내가 그 해법으로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중심으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거기에 국정 전반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