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7일 증권가에서는 힐러리 승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여전히 넉넉한 차로 클린턴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외 증시는 대선 이후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사전투표에서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트럼프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에서도 클린턴이 우세하는 등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트럼프보단 클린턴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처럼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에 진행된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투표 당일까지도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으나 실제투표에선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바 있다.
◆트럼프 당선…글로벌 증시에 '퍼펙트스톰'될 듯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증시는 급락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교체를 공언한 만큼, 현 연준의 완만한 금리인상 기조가 변경될 수 있어 신흥국 경제는 경계태세다.
김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 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체에 퍼펙트스톰(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저가 매수를 위한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업종을 골라야 한다면 금융과 유틸리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은 트럼프가 규제 완화를 지지하므로 타 업종에 비해 낙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유틸리티는 경기 방어적인 성격으로 인해 약세장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조정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연말께부터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당시처럼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인한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기대가 유입되기 마련"이라며 "트럼프 당선이 초래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경제분야로 확산·전이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는 남이 있다"고 진단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코스피지수의) 연말 종가는 2000선 위"라며 "트럼프가 옐런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됐으나 그동안 그는 저금리 기조를 지지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옐런 의장이 교체돼도 연준의 더딘 금리 인상 기조가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힐러리 당선·트럼프 불복
일부 전문가들은 클린턴이 당선돼도 트럼프가 대선에 불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트럼프는 대선 패배 시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이 경우 대법원 판결 전까지 자칫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조지 부시와 엘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당시에도 약 한 달 간 플로리다 주의 선거 결과에 대해 검표와 재검표가 이뤄지면서 미 금융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미 대선 직후부터 12월 20일까지 11.7%가량 하락했으며 달러화지수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각각 3.7%, 83bp 떨어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선거인단 우세로 힐러리가 당선되더라도 득표수에는 트럼프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경우이며,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과 함께 주식시장 하락 위험도 지속시킬 것이다"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 대선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10일 발표되며, 9일 오후부터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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