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내년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당초 새누리당은 친박계,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재인계가 주류로 떠오른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가 유력한 국민의당과 개헌을 전제로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의 제3지대 세력이 변수를 만들어낼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여야의 이같은 구도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도덕적 치명타를 입으면서 그 여파는 친박계 위주인 현 새누리당 주류 세력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다.
친박계가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비박계 의원 50여명은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이정현 체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이를 거부했지만, 비박계는 의원총회를 통해 지도부 퇴진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여당의 대선을 관리하는 세력은 현재의 친박계가 아닌 비박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만사형통이라 불렸던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문제와 내곡동 사저 문제로 위기에 처했을 때 박근혜 현 대통령과 친박계로 세력을 교체해 대선 승리를 이뤄낸 바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의 대선 주요 과제는 혁신과 변화가 될 전망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사무총장이 다소 약해지면서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대선주자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
◆野 유리 구도지만 분열이 변수, 87년 대선 재연 경고도
반면, 야권은 오히려 분열이 깊어질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야권주자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차기주자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이어 특검이 실시되면 최순실 의혹은 대선이 펼쳐지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봐도 야권이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지만, 12월 대선이 야당 승리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유리한 환경에 주목한 야권의 주요 주자들이 단일화보다는 각자 도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당이 주도 세력 교체와 함께 혁신을 들고 나서고, 보수층이 결집하면 승부는 알 수 없다. 야권이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분열로 대선을 패배했던 87년 대선 경험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항쟁은 성공했지만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87년 경험을 잘 기억해야 한다"면서 "우린 정권교체가 목적이다.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 아니고 건설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현 상황에서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광장에서 싸우는 방식이 있고 제도권에서 싸우는 방식이 있다"며 "광장은 광장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제도권 안에 있는 우리는 제도권의 방식으로 싸워야한다. 그것이 더불어민주당에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의혹으로 정치권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친박계 지도부가 비박계의 책임론을 무시하고 대선을 관리하려 하면 비박계는 새누리당을 떠나 야권의 제3지대와 만나는 결단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 여론을 흡수하면서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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