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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40도' 위스키 시장, 불붙은 '저도' 경쟁


디아지오·페르노리카, 35도 위스키 신제품 출시…'골든블루' 인기 견제

[장유미기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위스키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음주 문화 변화로 갈수록 독주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저도 위스키'가 인기를 얻자 관련업체들이 앞 다퉈 비슷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6.5도 위스키 '골든블루'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글로벌 위스키 명가들은 지난해부터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선보인 신제품들은 기존 자사 제품의 점유율을 깎아먹거나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등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이로 인해 디아지오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전열을 가다듬고 '35도 저도 위스키'로 활로를 재모색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날 '윈저 W' 시리즈의 수퍼 프리미엄 브랜드 '윈저 W 시그니처'를 출시하고 이날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제품은 앞서 선보인 '윈저 W' 시리즈 도수와 같은 35도로, 무연산인 'W 시리즈'와 달리 연산(17년산)을 표기한 것이 특징이다. 17년산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으나 향 등을 더해 위스키가 아닌 기타주류(spirit drink)로 분류됐다. 용량은 450㎖로, 출고가는 기존 제품인 'W 아이스(2만4천530원)', 'W 레어(3만8천170원)' 보다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디아지오는 행사장에서 '윈저 W 시그니처'가 기타주류이지만 17년산 원액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무연산 17년급 위스키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골든블루를 견제하는 듯 했다"고 밝혔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12월께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명은 '35 바이 임페리얼'로 결정한 후 최근 상표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35도 무연산 위스키로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임페리얼 12년산'도 전면으로 앞세워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저도 위스키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장 큰 배경에는 무연산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연산 위스키로는 신제품을 제 때 내기가 어려운데다 원액 확보도 쉽지 않지만 무연산 위스키는 수익성 측면에서 더 도움이 돼 업체들이 점차 이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앞 다퉈 선보이는 것은 전체 위스키 시장이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저도 위스키 시장은 올해 1~9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5%가 신장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동안 40도 이상 위스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줄었다.

그동안 국내 위스키 시장은 스카치위스키협회(SWA)가 '스카치 위스키'의 기준으로 규정한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위스키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2009년 말 36.5도의 골든블루가 등장한 이후 저도 위스키 시장은 급팽창했다.

골든블루는 출시 후 8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올해는 업계 2위인 페르노리카를 제쳤다. 또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지난 2014년 5월 수도권에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를 처음 선보였고 2년 6개월여만에 시장 점유율 1위인 '윈저'마저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알코올 도수 35짜리 정통 위스키인 '팬텀 디 오리지널'을 출시하고 또 다시 저도 위스키 경쟁의 불을 지폈다.

반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17년산급 프리미엄 저도 위스키 '윈저 W 레어'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치며 고전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동안 '윈저 W 레어' 판매량은 약 7천500상자(450㎖*20병)에 그쳤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윈저 W 레어'의 단종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디아지오의 주력제품인 '윈저 17년산'은 수도권에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로, 윈저 17년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아지오의 '윈저 W 시그니처'는 기존 윈저 17년과 가격이 동일하고 무연산인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보다는 50원 정도 저렴한 편"이라며 "디아지오가 17년산에 35도 저도 위스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타주류로 출시돼 기존 무연산 제품들과 경쟁하기에는 조금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신제품을 앞 다퉈 출시하는 것은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의 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번 '윈저 W 시그니처' 출시로 연산을 밝힌 17년산 기타주류와 연산을 밝히지 않은 무연산 위스키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저도 위스키 트렌드에 맞춰 지난해 31도 위스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했으나 올 상반기 판매량은 13상자(500ml*18병)에 그쳤다. 이로 인해 저도 위스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2년 35.4%에서 지난해 25.3%까지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23%로 내려앉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저도 위스키 출시 경쟁이 기존 위스키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위스키 판매가 줄어들면서 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저도주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신제품이 인기를 얻을수록 기존 제품의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아지오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윈저 W 아이스'와 같은 급인 '윈저 12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약 13만 상자로, 지난해 9~12월 판매량(약 12만5천상자)와 월별 평균 판매량을 비교하면 약 1만 상자가 매출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디아지오가 결국 윈저 12년 대신 윈저 W 아이스를, 윈저 17년 대신 윈저 W 시그니처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윈저의 수익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골든블루는 기존 '팬텀' 시리즈를 화이트 위스키로 내놨기 때문에 기존 시장과 중복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나온 신제품은 다르다"며 "팬텀 디 오리지널은 도수를 35도로 낮춘데다 병 색깔도 파란색으로 바꿔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시장이 겹쳐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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