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 조석근기자]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모바일 결제시장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이를 위한 ICT 기업과 금융권과의 연합 등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경쟁에 가세하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와 인터넷전문은행 간 대결도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ICT 금융서비스 경쟁은 결국 빅데이터,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 다양한 차세대 서비스를 결합한 이른바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및 이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말 그대로 이제 금융시장은 IT 기업들까지 가세한 차기 ICT 융합산업의 격전지가 될 공산이 크다.
◆핀테크 시대, 모바일 결제 확산
최근 한국은행의 '2015년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1인의 휴대 현금은 평균 7만4천원으로 전년보다 3천원 더 줄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모바일 카드 보유율은 6.4%로 전년 3.7%에서 두 배까이 증가했다.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되는 추세.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4년 4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7조4천억원으로 51% 급증했다. 모바일 뱅킹 및 결제 서비스 이용 경험자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사이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본격적인 모바일 페이 시스템 보급에 나서면서 이용자도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과 핀테크가 결합한 '지갑 없는 거래'의 편의성이 단말기, 서비스 경쟁력상 강력한 차별 요소로 작용,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셈.
인터넷 포털 역시 온라인 쇼핑과 웹툰, 영화, 뮤직, 북스 등 자체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소액거래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를 활성화시킨 경우. 네이버의 '네이버페이'는 올해 상반기 출시 1년여만에 1천100만명의 가입자 확보에 성공했다. 또 누적결제 1억8천만건, 누적 거래액 2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도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카카오페이'를 선보였다. 현재 1천300만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고, 최근 누적결제금액 1조원도 돌파했다. 전기, 가스 요금을 확인하고 납부할 수 있는 청구서 기능과 카톡 대화창에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송금 기능, 다양한 멤버십 포인트를 통합해 사용하는 멤버십 기능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송금, 대출 등 각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경쟁도 가속화 될 것"이라며 "포털이나 이동통신사 역시 페이서비스와 함께 ICT 융합 금융 서비스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은행 '합종연횡', 금융 플랫폼 선점 경쟁
삼성전자나 애플, 구글 등이 모바일 간편결제인 '페이'서비스에 맞붙은 가운데 이통사들은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은행 등 금융권과도 적극 손잡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결합, 보다 지능화 된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
SK텔레콤은 KEB하나은행과 내년 상반기 공동 출시할 모바일 금융 서비스 준비에 분주한 상황. 양사는 지난 9월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하나-SK 생활금융 플랫폼'을 설립하고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 기술력과 하나금융의 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결합, 간편결제나 국내외 송금 등은 물론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가령 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SK텔레콤 단말기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지능형 자동화 서비스)를 활용한 고금리 상품을 추천하거나 별도 인터넷뱅킹 없이 간편한 결제와 송금도 가능한 식이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일찍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안착시킨 경우다. '페이나우'는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 없이 최초 1회 결제정보 등록 이후 자체 로그인 인증만으로 3초 이내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하다. 2013년 11월 출시 이후 440만명의 가입자와 11만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특히 현대카드, NH농협은행 등 제휴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 포인트를 페이나우 결제에 도입하고, 전국 2만6천여개 NH농협은행 ATM에서 현금카드 없이 출금도 가능하게 했다.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으로 실시간 계좌이체가 가능한 송금 기능도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업체와 은행의 경우 양쪽 모두 가입자 포화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양측의 대규모 가입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일치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초읽기, 핀테크 차별화 가속
기존 인터넷·모바일뱅킹, 소액 결제 위주를 뛰어넘는 핀테크를 표방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두드러지지 못했던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연동,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갤럭시 프리미엄폰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서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동통신을 비롯한 ICT 업계에서도 편의성을 극대화해야 가입자를 타사에 뺏기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뱅크가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신청, 연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고, 카카오뱅크도 내달이나 오는 12월 내 본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현재 K뱅크에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 한화생명, KG이니시스, 포스코ICT 등 총 21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별도 오프라인 매장 없이 계좌개설, 예금과 대출, 송금과 결제 등 은행 서비스 전반이 10분 안팎의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목표다.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관점의 차별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간단한 송금 및 대출 서비스와 페이서비스의 연동, 금융봇 서비스 등이 그 것. 무엇보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카카오톡 계정 하나로 이용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의 출시도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에 두 개 은행이 추가된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의 포커스가 다를 뿐이고 시중은행이 하지 못했던 핀테크 영역이 강점이고 이는 해외 사례로 이미 증명이 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이 같은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로 성공하려면 현재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은산분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상 지분 4% 수준의 의결권 제한으로는 KT나 카카오 등 IT기업이 추가 투자 등에 나서기 어려워 금융회사의 또다른 서비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마련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나'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잇따랐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는 " ICT기업이 주도하지 못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적인 시장진입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산분리규제에 대한 제도적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T-금융기업 간 금융대전도 예고
금융업계의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24시간 365일 해외 송금이 가능한 위비 퀵 글로벌 송금 서비스와 영업 시간 외 이용 가능한 환전예약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에는 고객이 무방문 무서류로 24시간 365일 이용가능한 대출 서비스도 선보였다.
또한 우리은행 자체 모바일 플랫폼 '위비뱅크'의 비대면 실명확인 업무를 인터넷뱅킹, 스마트 뱅크, 위비 뱅크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중이다.
국민은행도 이용자들이 24시간 365일 입출금계좌를 모바일에서 개설할 수 있도록 최근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도 비대면 전용 금융 상품 '써니 마이카' 대출을 출시했고 KEB하나은행도 비대면 은행 업무가 가능한 '원큐뱅크'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은행권 서비스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차이점 중 하나가 비대면 서비스 가능 여부인 것을 감안할때 은행들이 빠르게 기존 단점을 개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서비스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차별점을 빠르게 캐치하면서 양쪽 장벽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오프라인 영역에서 소홀히 해왔던 영역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이같은 변화는 소비자들의 금융 패턴 변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등과 맥을 같이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금융권 역시 ICT 융합을 통해 핀테크가 일종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용자 가치를 기반으로 가입자가 확대될 경우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제, 송금, 대출 등 특정 금융 분야에 특화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나 IT업계와의 협업이나 융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거래에서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들만 해도 활용가치가 매우 커질 것"이라며 "O2O 업체들과의 연계, 빅데이터 마케팅, 보안 서비스 등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사업들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개인을 포함해 팔고 사는 모든 거래 행위의 마지막은 결제로 끝난다"며 "최근 이통사들이 강조하는 소비자 '생활가치'의 핵심 포인트인 만큼 제조사를 포함한 IT업체들의 이 분야를 둘러싼 국내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상훈기자 [email protected]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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