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연설문 개입을 시인한 것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정상인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부인했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 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중요도도 그렇고 지금 시스템으로는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보통 행사 때 대통령 연설문은 연설기록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관계 수석실에서 다듬어서 올리고, 광복절 행사나 큰 행사는 전 수석실에서 나서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다듬고 몇 차례 독해를 거쳐 올린다"며 "여기에 어떻게 개인이 끼어들 수 있겠는가.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JTBC는 최 씨 사무실에 있던 PC를 입수,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 파일 44개가 발견됐으며 최 씨는 이 문건을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먼저 열람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 "최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은 있다"고 했다. 사실상 의혹을 시인한 셈이다.
결국 이 실장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부인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이는 분명하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는 이 실장의 발언도 신빙성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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