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 제안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개헌 논의에 봇물이 터졌다. 조만간 정부의 개헌 논의기구가 구성될 전망이고, 국회 차원에서도 개헌 특별기구가 제안됐다.
개헌 논의기구를 통해 향후 개헌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헌과 관련된 1987년 체제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뀌면서 곳곳에서 헌법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 만큼 권력구조 논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직접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할 정도다.
◆권력 구조 개편이 핵심, 5년 단임제 대안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 내각제다.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제가 갖는 '레임덕'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임기가 5년이지만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일할 시간이 3년 안팎 뿐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중간평가의 기회를 갖게 해 한번 선출되면 재평가의 기회가 없는 대통령이 민심을 보다 반영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지만, 재선출된 대통령은 현행 대통령제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권력 분산 효과는 약하다. 다만 분단의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보다 분권에 초점을 맞췄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를 맡고, 총리는 내치를 맡아 책임정치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각 요소가 혼합된 형태로 외치 등 신속한 행정이 가능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지만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에서 문제가 생긴다. 대통령과 다수 정당의 소속이 같은 경우에는 독재화의 위험이 크고 여소야대의 현상이 벌어지면 대통령과 수상의 대립이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점이 문제다.
내각책임제는 내각의 성립과 존속에 있어 국회의 신임을 필요로 해 보다 국민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기 쉽다. 국회가 내각에 대해 불신임 할 때 내각은 총사퇴하거나 국회(하원)를 해산하여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총선거에 따라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이 제도는 국회의 다수당 혹은 연합을 통해 다수를 차지한 연합정당들이 입법부인 국회를 지배해 내각을 조각할 수 있게 돼 연합 정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통 확고한 양당제 구조 하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군소정당이 난립하고 정당의 기율이 약한 나라에서는 정국 불안정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쟁이 심각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일당이 지나치게 우위에 서 있는 구조에서는 일당 독재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승자 독식과 지역주의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지된 상태에서의 의원내각제는 오히려 독재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권력구조가 핵심? 분권·인권 등도 주요 의제
권력구조가 개헌에 중요한 요소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가치인 분권과 인권에 대한 문제도 논의하는 전면 개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변화된 사회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빈약한 지방자치와 양극화 해소 등 국민의 삶에 대한 부분도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양극화 심화와 관련해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기본권과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실질적으로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애매하게 규정된 경제민주화 규정을 보다 분명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맞춰 노인이나 아동의 권리도 헌법상 명문화해야 하고, 국민들의 알권리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보다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지방분권과 직접 민주주의 제도 강화는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중앙에 집중된 예산·입법·조직 등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관습헌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행정 수도 이전 역시 개헌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를 수도 있다.
일정 수 이상 국민들이 직접 법률 개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국민발안제'나 고위 공무원 내지 선출직 대표를 임기 만료 이전이라도 직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등도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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