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트렌드인 '앱플레이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게임 산업에 앱플레이어라는 신시장이 등장한 배경과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직장인 서아무개(33)씨는 퇴근 후 PC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마니아인 그는 자신의 데스크톱 PC에서 다수의 앱플레이어(App Player)를 실행해 동시에 서로 다른 캐릭터를 육성한다. 게임 내 지원되는 자동사냥 기능을 활용해 캐릭터들이 알아서 성장하는 동안 그는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며 소일거리를 한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플레이 방식"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이용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아닌 PC에서 즐기게 해주는 앱플레이어가 나타나면서다. 그래픽 품질의 상향 평준화와 자동전투를 바탕으로 한 장시간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앱플레이어의 인기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앱플레이어란 윈도 운영체제(OS) 등을 활용하는 PC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OS가 구동할 수 있는 가상의 환경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을 대화면 모니터와 키보드로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스마트폰의 발열을 유도하는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무리없이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신 모바일 게임을 최상위 옵션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앱플레이어의 매력 중 하나다. iOS 이용자라면 안드로이드 OS만 대상으로 진행되는 모바일 게임 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앱플레이어는 '블루스택' '녹스' '미뮤' 등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고사양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 본격적으로 출시됐던 지난해부터 이같은 앱플레이어가 대두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앱플레이어 이용자도 증가 추세다. 2011년 출시된 앱플레이어 '블루스택'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적으로 1억3천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미뮤'의 경우 지난 5월말 한국 버전이 정식 론칭된 이후 30만명이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앱플레이어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앱플레이어 바라보는 시각 달라져
앱플레이어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게임사들의 대응 전략이 바뀌고 있다. 한때 앱플레이어를 악성 프로그램으로 인식한 게임사들은 앱플레이어에서 자사 모바일 게임이 구동되지 않도록 차단했으나, 현재는 대다수 게임사들이 암묵적으로 이를 묵인하거나 실시간 대전 기능 등 일부 콘텐츠만 차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앱플레이어가 이용자간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스마트폰으로만 '정직하게' 플레이하는 이용자와 24시간 내내 앱플레이어가 실행되는 PC에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앱플레이어를 차단하지 않는다는 국내 한 게임사 측은 "이용자 입장에서 앱플레이어는 다중실행 및 자동진행을 진행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이며 특히 게임에 온전히 몰두하기 힘든 직장인은 앱플레이어를 구동하는 것만으로 플레이 시간이 적어지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앱플레이어는 루팅(안드로이드폰의 운영체제를 해킹해 관리자 권한을 얻는 행위)이 쉽고 불법 프로그램(앱 메모리조작) 및 매크로(일정 행동을 반복하도록 지정하는 명령어)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게임사도 "앱플레이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특별히 악용하는 사례가 없을 경우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게임 내 자동전투의 비중, 해킹 취약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 게임별로 일관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미 물밑에서 앱플레이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만큼 일방적인 차단보다는 앱플레이어 회사와 게임사가 보다 밀접하게 손을 잡아 보안 문제 등을 해소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마이크로버트사와 '미뮤'의 한국 내 독점 사업 계약을 체결한 제이엔피게임즈 측은 "앱플레이어를 어뷰징(게임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 등 악용하는 프로그램으로만 보지 말고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이어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으로 보는 인식의 변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동전투 요소가 이제는 모바일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처럼 게임사들 또한 앱플레이어와 공존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앱플레이어는 PC와 모바일에 이은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봐야 한다"며 "스마트 기기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앱플레이어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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