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이 수차례 발화 사고를 일으킨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국표원은 소비자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여러 차례 발화 사고가 발생한 갤럭시노트7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현행 제품안전기본법 제9조에 따르면, 국표원은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우 의원에 따르면 국표원에서는 기존에 언론에서 보도됐던 스마트폰 배터리 발화, 화재 사고에 대해서도 안전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국표원은 갤럭시노트7의 최초 발화로부터 일주일이 경과한 지난 8월31일이 돼서야 해당 기기의 발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는 것이 우 의원의 설명이다.
결국 9월1일에야 삼성전자에게 발화 사고 관련으로 자료요구를 하게 된 것은 늑장 대응이 국표원이 발화 사고를 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국표원은 이후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그 대신 삼성전자를 상대로 발화 발생 원인을 담은 제품사고 발생 보고서와 자진 수거등의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우 의원을 이 같은 국표원의 대응 방식을 미국 연방정부기관의 경우와 대조했다. 미국 FAA(연방항공청)과 CPSC(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각각 지난 8일과 9일에 "갤럭시노트7 제품에 대한 충전 및 사용 중지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국표원은 국내에서 계속해서 발화 사고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중지를 권고하는 내용의 성명을 일체 발표하지 않았고, 이에 삼성전자가 직접 나서 국가기관이 해야 할 사용 중지 권고를 대신했다.
또한 국표원은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교환이 시작된 지난 19일에야 삼성SDI 배터리의 발화 발생 원인에 대해 전문가회의를 통한 자체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통해 정식으로 갤럭시노트7의 교환이 시작된 21일 현장 조사를 통해 발화 발생 원인을 확정하고, 새 갤럭시노트7에 탑재되는 중국 ATL 배터리에 대해 삼성SDI의 결함 배터리와 비교하며 안전함을 확인했다.
국표원이 제출한 국내 리콜 절차도에 따르면, 자진 수거등의 계획서가 제출된 뒤 정부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19일부터 실시한 리콜은 국표원의 ATL 배터리에 대한 공식적인 안전 확인 이전에 이뤄진 것이다.
국표원은 이와 관련해 "리콜을 미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발화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리콜 선승인을) 결정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표원이 진심으로 추가적인 발화사고를 우려했다면, 발화사고 발생 직후부터 안전성 조사를 포함해 국민에게 사용 중지를 권고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실시했어야 했다는 것이 우 의원 측 설명이다.
우원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제품안전기본법은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사건을 일주일 뒤에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은 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기업의 행동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다 처리해 줄 것이란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늑장 대응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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