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동남아시아 지역에 소주 바람이 거세다. 한류 문화의 보급과 맥주와 보드카 와는 다른 새로운 주류 유입은 한국 음식에 대한 동남아인들의 관심과 함께 소주 자체를 최신 트랜드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때문에 소주 업계는 동남아 시장을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보고 시장 진출과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는 소주 세계화의 바람이 성장 정체에 놓인 국내 주류 산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1위 소주업체 하이트진로는 11일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남아 시장 중심 투자를 통한 성장계획인 'HITE JINRO 글로벌 2024' 구상을 발표했다. 이 2024에는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 '2'종을 중심으로 목표('O'bjective)를 설정해 각 시장에 맞는 '투'트랙 전략 구사로 2024년까지 현재의 4.5배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선택과 집중 ▲브랜드력 ▲채널강화 ▲단계별 공략이이라는 '4'가지 수출 전략을 통해 '2024'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이 지역 주요 국가의 소주 수출은 최근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동남아시아 수출실적은 69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성장했다. 연간 수출실적은 31.6% 늘어난 1천705만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은 2011년 이후 26.9%, 41.3%, 31.6%, 106.6%로 가파른 증가 추이다.
이 자리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그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을 신성장 시장으로 보고 현지기업 제휴, 법인설립, 신제품 출시 등 국가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영역을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는 2015년 말 AEC(Asean Economic Community,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 이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소주 세계화를 위한 기회로 보고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채택해 주류 시장에서 한류 바람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전략국가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현지화에 안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변국가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경제성장, 인구, 주류소비 성향 등을 고려해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를 소주 세계화를 위한 전략국가로 선정했다. 이들 4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5년 소주 수출량 만도 23만 상자에 달했다. 성장치로 볼 때 올해는 28만4천 상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5년 뒤인 2020년에는 지난해의 4배인 101만8천 상자를 판매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인구 수에서 약 1억 명에 이르는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한 상태며 그중 한국 기업도 5천500개에 이른다. 하이트진로 역시 동남아시아에서 성장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베트남을 꼽고 있다.
현재 베트남 맥주 시장은 현지 공장을 가진 상위 5개사가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소주는 독자적인 영역 구축이 가능한 주종으로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성장세를 이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하이트진로는 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을 통해 한류 드라마 협찬, 한국형 프랜차이즈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현지인 대상 영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다음달 방영 예정인 한-베트남 공동제작 드라마인 '오늘도 청춘2'에 협찬사로 참여하고, 지난달 27일에는 팝업스토어 '진로소주클럽'을 하노이 시내에 오픈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허영주 차장은 "러시아 문화 영향으로 여전히 보드카 수요가 높지만 여성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주가 대체 주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증류주 시장에서 진로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이다. 그럼에도 허 차장은 "소득 수준 향상과 한류문화에 대한 영향으로 저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소주 판매량은 급증하는 상태"라며 "2020년까지 5~6%대 시장점유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남아, 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가장 역동적인 시장"
하이트진로와 베트남과의 인연은 베트남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베트남에 소주를 수출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 첫 발을 내딪었다. 이후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인 소주 수출이 시작된 해는 1998년이다.
필리핀은 증류주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한류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아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으로 꼽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부터 현지 편의점 본사와 계약을 통해 200여 개 점포에 참이슬을 입점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수도 마닐라 시내 점포에서의 참이슬 취급률은 90%에 달하며 진로24, 참이슬, 자몽에이슬 등 다양한 브랜드로 소주 열풍을 이어갈 태세다.
태국 시장에서는 2011년 현지 최대 주류기업인 '분럿(Boonrawd)그룹'과 소주 수출, 유통계약을 맺고 활발한 현지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또 캄보디아에는 현지 전국유통사와의 제휴를 추진,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요 상권 안테나샵 운용과 TV광고를 구상 중이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교민과 현지인 시장에 맞춘 홍보채널을 통한 진로24, 참이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류문화 등 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면서 “이 지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체와 미주, 유럽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주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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