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기자] '왕홍'이 경제·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소비자를 잡으려는 국내 기업들이 '왕홍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왕홍(网红)이란 '왕뤄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온라인상의 유명인사를 가리킨다. 왕홍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례로 인기 왕홍 '징다이', '무야란' 등의 팔로워(팬) 수는 300~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기 왕홍의 경우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을 기반으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이 추천한 제품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재 왕홍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왕홍 경제'는 전자상거래, 광고, 유료아이템 및 서비스 등을 포함한 산업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1천억 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왕홍의 인기가 높아지고 이들이 홍보한 제품이 1초에 수천개씩 팔려나가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왕홍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뷰티업체들을 중심으로 왕홍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애경은 지난 5월 3박 4일 일정의 왕홍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초대된 왕홍들은 '애경뷰티데이'에 참석해 K-뷰티를 직접 체험했다. 특히 애경의 화장품브랜드 '에이지20's', '루나'로 연출한 메이크업 강좌에서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밝고 깨끗한 피부 표현법 등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려(呂)'는 지난 3월 말 10명의 왕홍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려의 스테디셀러 '자양윤모 라인'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행사 종료 후 려는 중국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약 320만 건에 달하는 노출을 기록했다.
려는 9월 올해 두 번째 왕홍 초청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투어는 려 모델 박신혜와 함께하는 뷰티 토크쇼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헤어상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된 려의 '헤어 미인도' 프로젝트 시즌2의 작품 전시까지 려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박신혜와 함께 하는 뷰티 행사의 경우 왕홍들의 실시간 생방송 SNS 어플인 '이즐보'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지난 4월 '더페이스샵과 수지가 함께하는 더테라피 뷰티콘서트'에 왕홍 5명을 초청해 주력 제품과 신제품을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왕홍들은 뷰티콘서트 행사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으며 관련 게시물은 조회수 약 200만건을 기록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더페이스샵 X 카카오프렌즈 콜라보레이션'을 중국에 정식 론칭하며 왕홍을 행사에 초대했다.
SNP화장품을 운영하는 에스디생명공학은 왕홍들을 서울 본사로 초대해 제품 간담회를 열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SNP화장품의 신제품부터 진행 중인 마케팅 활동에 대해 들은 왕홍들은 직접 제품들을 시연하며 영상과 사진을 촬영해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했다.
리더스코스메틱은 왕홍을 초청해 이들과 함께 3박 4일동안 리더스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글로벌 뷰티리더스 인 서울'을 진행했다. 초청된 왕홍들은 '글로벌 뷰티리더스' 홍보대사로 공식 임명됐으며 앞으로 리더스의 중국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투어의 모든 일정은 왕홍의 개인 방송 채널과 중국 타오바오몰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으며 중국 TV홈쇼핑 채널인 '콰이러꼬우'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뷰티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면세점에서도 왕홍 초청행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등이 왕홍을 초청해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왕홍 경제란 용어가 생겨날 만큼 최근 중국 내 왕홍들의 파급력이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많은 국내 기업들이 왕홍을 초청하고 이들과 함께 자사의 제품을 알리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왕홍들은 중국내 K-뷰티 제품들의 입소문을 주도하고 있어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왕홍을 마케팅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왕홍과 관련된 다채로운 행사들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왕홍을 통해 중국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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