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인공지능(AI) 분야는 관심은 높지만 관련 스타트업이 많지 않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분야는 관련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중국에 비하면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25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6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기술 위주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창업이 글로벌 시장 대비 부족하다는 진단과 함께 국내 창업 생태계의 도전과제를 강조한 것.
임 센터장은 "하드웨어 분야는 성장단계인 시리즈B 이상의 스타트업이 부족하고, 라이드쉐어링(교통수단 공유) 분야 스타트업만 해도 우버나 디디추싱 등은 수십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불모지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말라가고 있고,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분야 투자가 지난해 대비 줄었다는 점도 도전 과제의 관점에서 본 보완점으로 꼽았다.
다만 임 센터장은 배달의민족, 야놀자, 여기어때, 직방 등 O2O 분야와 미미박스, 비투링크 등 e커머스 분야를 비롯해 8퍼센트,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술 스타트업 대비 활발한 투자 유치와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UP'
임 센터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에서 1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약 80개사. 이는 10개월만에 190개사로 늘었다.
투자유치금액도 지난해 3천230억원에서 올해 4천583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까지의 기준이라는 점, 지난해도 큰 투자가 연말에 많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대목.
그는 "올해 스타트업 투자는 눈에 띄는 고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건수 역시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투자 한파가 아직 한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임 센터장은 "뷰티 e커머스 스타트업 미미박스의 경우 이달 초 730억원의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연내 대형 투자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중요"
그렇다고 기술 스타트업 창업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D2 스타트업 팩토리'만 해도 현재 5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5개 스타트업 선발에도 750여개 스타트업이 경쟁할 정도로 치열했다. 이는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 잠재력을 갖춘 기술형 스타트업을 발굴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국내 기술형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상업성 보다는 지나치게 기술에 무게를 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다보니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가치를 설명하는데 서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탁 로 제로스 AI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은 동남아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스타트업이 많지만 너무 고립돼 있다"며 "상업성에 비해 너무 기술 위주일 때가 있고 투자사들이 외부로 잘 안나가지만 내수 생태계는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분야로 인력이 몰리는 현상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유주동 엔씨소프트 투자 담당 상무는 "핀테크, 에듀테크,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IT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관심있는 버티컬 분야에도 파괴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찾기 어렵다"며 "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분야도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위축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스타트업들이 아이템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받으려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브라이언 양 DT캐피탈 디렉터는 "가장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진입하려면 회사를 먼저 현지화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투자기금과 협력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성상훈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