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국내 개봉 영화 중 최단시간에 1천만명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 역)이 부하 장수에게 한 말이다. 이순신은 왕에 대한 충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근간에는 백성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장수였다.
이같이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으로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을 구원하겠다며 등장한 인물이 있다. 이정현 당 대표다. 연일 민생을 강조한 이 대표는 예고도 없이 대학 도서관을 방문해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가 하면 당직자를 아우님으로 칭하는 등 파격행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와 기대는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를 계기로 중단됐다. 우 수석을 두고 당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투톱'인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서 우병우 수석의 퇴진을 공개 촉구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우 수석 사퇴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70%에 이른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원론적·미온적으로 대처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이 우 수석의 거취를 물을 때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눈치를 주며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지난 22일 의원총회 직후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기자 질문에 "지난번에 얘기했잖아요"라고 짧게 말한 뒤 굳게 입을 다문 채 국회를 빠져나갔다. 집권여당의 최고 지도자가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조차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국민들은 답답하다고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이 대표의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항이었다. 지난 9일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최종 연설에서 "모두가 저를 등 뒤에서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낸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안팎에서 온갖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무수석'이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그것이다.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한 이 대표가 정작 대표가 된 뒤로 청와대 정무수석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야당도 이 대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 대표를 겨냥, "이 대표는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섬기는 리더십'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을 향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는 이순신의 충성심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사당, 충무사(忠武祠)가 있다. 이 대표 역시 이순신처럼 국민의 신망을 받으려면 충(忠)의 방향이 아래로 향해야 한다. 우 수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청와대에 과감히 전해야 한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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