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 민혜정기자]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체들과 동등결합 상품 판매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현대HCN 등 주요 케이블TV 업체들의 요청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결합상품 구성과 종류, 할인폭, 판매채널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예상된다.
23일 SK텔레콤은 동등결합을 신청한 이들 케이블TV 업체들에 대해 이를 수락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2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동등결합 시행을 위한 관련 절차 등 제반사항에 대한 검토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동등결합 판매에 필요한 필수 요소들에 대해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현대HCN, 울산중앙방송 등 업체들은 이달 중순께 SK텔레콤의 이동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과 케이블TV 방송을 묶은 동등결합 상품 판매를 신청했다. 이들은 당초 이날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동등결합이란 서로 다른 회사의 유무선 및 방송 서비스를 통신사가 판매하는 결합상품과 같이 묶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서비스를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과 묶어 판매하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가입자 유출과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이동통신 3사가 자사 IPTV와 이동전화를 묶어 판매하는 결합상품을 꼽았다. 거꾸로 케이블TV와 이동전화를 묶어 가입자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일단은 수용-쟁점 탓 논의 '진통' 예상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여서 이같은 동등결합 의무제공 사업자다. 법적으로 동등결합 제공 요청을 거절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입장인 것.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체의 신청을 수용했지만,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상품구성, 할인폭, 판매채널 등 다양한 쟁점들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구성에서 결합대상이 케이블TV와 이동전화를 주축으로 3종(TPS) 결합이 될지, 4종(QPS) 결합이 될지 케이블TV 업체들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케이블TV,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결합상품 서비스별로 할인폭을 어떻게 할지, 대리점과 온라인 등 어느 판매채널을 활용할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동등결합을 요청한 케이블TV 업체들 사이에선 개별 협상 여부 등 협의 방식도 조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별로 동등결합 상품에 대해 별도 전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A/S 책임을 누가 맡을지 여부도 가입자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만큼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동등결합 제공 의무사업자는 아니지만 케이블TV 업계의 추가적인 요청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 결합상품을 경쟁사 가입자들을 끌어가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통신사들 입장에서 IPTV 결합상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온가족 플랜'가능할까 …케이블업계 "이제 시작"
케이블TV 업계도 SK텔레콤 측으로 부터 이제 막 협상을 수락한다는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 이제 시작단계라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업체들이 원하는 결합상품 유형은 SK텔레콤의 '온가족플랜'과 같은 형태다. 온가족플랜은 이동전화 회선 수를 기준으로 할인을 제공하고, 이동전화 할인 금액을 원하는 대로 한사람에게 몰아주거나 가족 전체에게 나눠줄 수 있는 상품이다.
SK텔레콤이 기존에 이동전화와 인터넷, 집전화를 함께 쓰면 결합 가족 수에 따라 인터넷, 집전화를 기본 제공 또는 할인해주는 '온가족 무료'대신 이달 출시한 상품이다.
케이블TV 업계는 SO별로 SK텔레콤과 협상전 케이블TV협회를 구심점으로 이 같은 상품 구성, 할인율, 서비스 방식 등 세부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협상에 응하겠다는 답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시기, 내용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TV 업체들이 원했던 건'온가족플랜' 방식인데 일단 케이블TV협회를 중심으로 논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별 SO들이 SK텔레콤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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