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간 침묵을 지키던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우 수석에 대한 자진 사퇴 요구가 나왔다. 우 수석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한 모양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특별감찰에서는 우 수석 가족 회사를 통한 세금 회피 의혹,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의혹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지키기' 나선 靑, 與 지도부는 사퇴 촉구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여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부각시키며 사실상 '우병우 지키기'에 나선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우 수석에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엇갈린 기류가 감지됐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언론에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특별감찰관은 특정 신문에 감찰 관련 내용을 확인해줬다. 처음부터 감찰 결과에 관계없이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의 참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대통령에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우 수석은 대통령에 정치적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野 "靑, 엉터리 같은 수작 부리지 말아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우 수석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야당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물타기' 의도로 보고 강한 견제감을 드러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정수석은 현실적으로 검찰을 관장하는 위치인데 그런 사람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 온전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겠느냐"면서 "이 점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 상식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감찰관의 행위가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해서 특별감찰관의 행위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 수석이 감찰을 받을 땐 민정수석 완장을 차고 황제 감찰을 받았지만 검찰에 출두할 땐 민정수석 완장을 차고 가 제대로 수사를 받겠느냐"면서 "오늘이라도 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본말은 간 데 없고 이 특별감찰관이 어떻게 감찰 내용을 외부로 유포했느냐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겠다는 엉터리 같은 수작을 청와대가 시작한다고 한다"며 "우병우 일병 구하기를 계속하고 특별감찰관을 압박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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