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요금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다시일 조짐이다. 결합상품 규제 등과 맞물려 입법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요금인가제 폐지 추진에 맞춰 일각에선 이후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후 규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케이블TV 업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유료시장 발전방안의 하나로 이동통신 업계의 결합상품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동통신 분야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에 결합상품의 '동등결합'을 원칙으로 무선 할인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할인율을 놓고 진통도 예상된다.
◆인가제 폐지 대신 사후 규제 대폭 강화되나
정부는 지난 6월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회기 종료로 폐기된 이후 20대 국회 들어 재차 발의된 것.
현행법상 이동통신 부문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유선전화 부문 지배적 사업자인 KT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사전에 요금이나 이용조건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인가 받아야 한다.
요금인가제를 통해 지배적 사업자가 시장 지위를 남용, 마음대로 요금을 내려 경쟁업체를 압박하거나 이후 요금을 올려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수 없도록 사전 규제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같은 인가제가 취지와 달리 요금경쟁을 제한, 담합만 조장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으면서 미래부는 이를 신고제로 전면 전환키로 했다. 통상 1~2개월 걸리던 새 서비스 출시도 15일 이내로 단축시키는 등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 이를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매년 실시되는 경쟁상황 평가를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 실시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기술혁신 정도, 초과이윤 규모 등 평가 요건을 직접 법으로 규정하고 그 결과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기간통신 의무와 금지행위를 지정하는 등 사후 규제를 정교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인가제 폐지 등 법 개정 작업은 물론 이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당장 업계 일각에선 인가제 폐지 이후 SK텔레콤이나 KT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위 '약탈적 요금인하'를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요금을 크게 떨어뜨린 상품을 출시해 경쟁업체 가입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가입자가 이탈하는 유선전화에 비해 경쟁이 치열한 이통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더해 케이블TV 업계는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통신 3사가 이통서비스에 IPTV를 저가로 묶은 결합상품을 꼽고 있다. 따라서 이의 동등결합이나 할인은 물론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헌재 미래부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지원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 업계 의견 수렴 등 과정에서 이같은 결합상품 등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제를 폐지한다고 요금인하와 같은 순기능 효과만 기대하기 어렵다"며 "결합상품에 대한 예외 규정이 마련되는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 과정도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 개회 이후 10월 중순까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국회 상임위별로 내년도 각 정부 부처 예산안 심사도 이뤄진다.
방송통신 관련 법안 심사가 이뤄지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 내에서 다른 현안에 우선순위상 밀릴 수도 있다. 단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방송법 개정안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미방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 문제에 대해선 아직 여야간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부 사업자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지 않도록 미래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국정감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오히려 통신 기본료 폐지 등에 쏠려 있다는 것도 변수가 될 조짐이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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