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 이원갑기자]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고됐던 서울 강남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이 신세계의 단독 입찰로 흐지부지됐다. 예상보다 높은 운영권 가격에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애경까지 뛰어들면서 '3파전'으로 예상됐던 코엑스몰 운영권 인수전에 결국 애경과 현대가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본입찰에 참여해 29일 있을 예정인 무역협회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통보만을 기다리게 됐다.
현대백화점과 애경그룹은 전날 마감된 무역협회의 코엑스몰 및 칼트몰 임차운영사업자 선정 본입찰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입찰전에서 운영권 획득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점쳐졌던 현대백화점이 최종입찰을 포기하자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계열사인 한무쇼핑을 통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코엑스몰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고 인근에 무역센터점까지 운영하고 있어 이번 입찰전에서 가장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대백화점이 포기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 등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기준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 역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번 입찰을 포기했다.
실제로 무역협회 측은 이번 입찰에서 최저이익보장금액(MRG)으로 600억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위탁운영자는 매년 600억원 이상을 무역협회에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반면 지난해 코엑스몰이 걷어들인 임대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내야 하는 계약구조 때문에 매출보다 임대료가 높은 매장들이 많아 임차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신세계는 '강남 쇼핑벨트' 구축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2차 PT를 막 끝낸 무역협회 측은 신세계프라퍼티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29일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가 코엑스몰 임대사업자로 선정되면 향후 10년간 원영권을 가지게 된다. 또 기간은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지하 쇼핑몰인 코엑스몰은 MICE(기업회의·포상·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고 2021년경 완공될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도 인접해 있다. 또 향후 방문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신세계 측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가 임대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먼저 코엑스몰 임차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내야 하는 현재 계약구조를 바꾸게 되면 신세계는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코엑스몰은 몇 년 전 리뉴얼된 후 고객 동선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 방문객 수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입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올 하반기에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고 코엑스몰까지 운영하게 되면 강남 상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신세계는 신세계 강남점과 오는 9월 오픈하는 하남 스타필드를 잇는 쇼핑벨트 구축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교외형 쇼핑몰인 하남 스타필드와 도심형 쇼핑몰인 코엑스몰을 함께 운영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우리의 사업역량을 가지고 도심형 쇼핑몰을 운영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어 입찰에 참여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제안서를 1개사만 단독 제출한 경우 해당 기업의 운영능력평가점수와 입찰 가격이 기준 이상이면 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신세계가 코엑스몰 운영권을 가져가게 되면 '하남 스타필드-코엑스몰-센트럴시티'를 잇는 '강남 쇼핑벨트'를 구축해 대형 쇼핑몰 사업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도심형 쇼핑몰 개발을 위해 우리가 직접 나서려고 하면 시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오히려 코엑스몰을 활용하면 괜찮겠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이번에 임대사업자로 선정이 된다면 복합쇼핑몰 사업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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