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크라우드펀딩을 강조해 '중소기업특화증권사(이하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증권사의 펀딩 실적이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중기특화증권사들의 펀딩 성공률은 3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 기준으로 증권사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진출이 허용된 3월부터 이달까지 국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전체의 평균 펀딩 성공률은 56.2%임을 고려하면, 겨우 절반 수준이다.
중기특화증권사란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증권사로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총 6곳을 선정했다. 이 중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4곳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로 등록했다.
IBK투자증권은 총 10곳의 펀딩을 진행했으나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포함해 총 2건만 목표 금액 조달에 성공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총 15곳 중 6곳 펀딩에 성공했다. 이들 두 곳은 펀딩을 꾸준히 이어가며 비교적 활성화된 모습을 보였다.
유진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픈 후 1건의 펀딩을 진행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후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없었다. 키움증권은 지금까지 2건의 펀딩을 진행해 한 건은 5억원 모금에 성공했지만 다른 건은 펀딩율이 1.4%에 불과해 실패했다. 신규 펀딩은 8월 말~9월 초에나 진행될 예정이다.
차기 중기특화증권사로 떠오르고 있는 KTB투자증권 역시 최근 크라우드펀딩 전담 조직을 만들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선보였으나 보름 가까이 되도록 펀딩율이 0%에 머무르고 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의 경우 상장 기업 주식 매수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지분에 투자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이 때문에 증권사에서 펀딩 기업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홍보밖에 없어서 일반인 투자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증권사의 크라우드펀딩이 예상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SK증권·HMC투자증권 등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시 크라우드펀딩 주선 실적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되는 탓이다.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중개 실적이 저조한 배경에 대해 "증권업과 크라우드펀딩업의 속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크라우드펀딩 업체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은 중개 수수료가 높지 않은 반면 품은 많이 드는데, 인건비가 높은 증권사와는 운영구조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도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기준에 크라우드펀딩 실적이 포함되면서 준비가 안 된 증권사들이 구색 맞추기를 위해 나선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가 크라우드펀딩 선발업체에 비해 뒤늦게 시작해 인지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며 "증권사가 (전담업체보다) 인력과 경험적 측면에서 기업 자금 조달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와 발행기업의 참여 문의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증권사 크라우드펀딩이 부진해보일 수 있으나 증권사는 스타트업 및 중소·벤처기업 육성뿐 아니라 출구전략 등 투자자 보호에도 중점을 둬야 하는 만큼 양보다는 질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부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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