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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연말 쏠림현상 조짐…'병목현상' 또?


상장 준비에 6개월 이상…반기보고서 낸 후 상장 추진도 많아

[윤지혜기자] 올해도 기업공개(IPO) 연말 쏠림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올해 들어 이뤄진 IPO 건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다.

14일 한국거래소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28개 기업이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총 39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포함)의 상장 기록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거래소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IPO 예상기업수는 총 175곳(코스피 25사, 코스닥 150사)이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난 현재 신규 상장 규모는 예상치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 초 한국거래소는 연말에 IPO가 집중되는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은행(IB) 업계와 논의해 상장시기를 분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신규 상장사 수가 예상치를 밑돈 이유로 '스팩 열풍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팩은 지난 한 해 동안 44개가 상장됐으나 올 상반기에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2014년 말부터 등장한 스팩 2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팩 상장이 줄을 이었다. 스팩 2기는 스팩에 전문 투자자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자본금도 100억원대로 축소해 신속한 합병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개선된 것이다.

이같은 개선책이 나온 후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확산됐다. 비상장기업들은 스팩과 합병해 상장하는 경우, 단독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보다 상장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단독 상장에서 스팩 합병으로 방향을 튼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이후 합병을 통해 얻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스팩을 설립하는 선순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교보증권 IB팀 관계자는 "작년에는 스팩 상장 열풍이 불었지만 올해는 그만큼의 열기는 보이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스팩 수요를 예측하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현재는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회사들은 대부분 이미 (스팩과의) 합병이 이뤄진 상태라 메리트가 떨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상장 준비에 6개월 이상 소요…올핸 브렉시트도 돌발 변수로

4분기에 IPO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IB업계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 상장준비추진팀이 꾸려지면 ▲회계감사인의 감리 ▲대표주관회사 선정 ▲이사회 또는 주총 결의 등 사전 준비를 거쳐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상장예비심사에만 최대 2달이 걸리고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공모가 결정·청약 납입에 또 2~3달이 소요된다.

KB투자증권 IB팀 관계자는 연말 IPO 병목현상에 대해 "연초 상장 준비에 돌입해 2~3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아무리 빨라도 6~7월에 상장하게 된다"며 "보통 기업들은 7~8월 반기보고서가 나온 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11월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증권신고서 기재 정정 요청과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 12월로 미뤄진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2월 신규상장 비중은 2013년 24%, 2014년 39%, 2015년 21%를 차지했다.

상반기의 막판이던 지난 6월 24일에 튀어나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가 일부 상장 수요를 하반기로 돌리게 한 점도 부담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증시를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그 충격에 줄줄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IR(투자자대상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상장 추진 기업 중에 브렉시트로 국내 증시가 타격을 입으면서 주가 하락을 우려해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투자심리가 얼어붙기 때문에 공모금액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증시 분위기가 안좋으면 상장한다 해도 주가가 계속 부진할 수 있다. 상장 추진 기업들은 그래서 증시가 호전될 때까지 상장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4Q에 몰리는 IPO, 공모자금 조달에 걸림돌 우려

문제는 4분기에 IPO가 몰리면 상장사들이 원하는 수준의 공모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말에는 기관투자자들이 한 해 예산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인 데다 11월 말부터 회계연도 장부를 마감하는 '북 클로징'에 돌입한다. 통상 북 클로징을 앞두면 장부상 수익·손실 변화를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채권 등의 거래량을 줄이고 낮은 공모가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엔 두산밥캣·삼성바이오로직스·넷마블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들의 IPO가 예정돼 있어 중소형사는 공모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여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중소형사는 대형 IPO가 몰리는 시기에 경쟁력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자금이 한 곳으로 몰리는 빅딜이 등장하면 중소형사로선 해당 시기를 피해가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김성곤 상장유치팀장은 "스팩 합병이 아닌 기업 단독 상장은 작년보다 늘었다"며 "일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IPO가 몰리는 만큼 하반기에 더 많은 기업 상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거래소에 상장 유치시기를 분산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다만 4분기에 IPO가 몰리면 작은 기업 입장에선 큰 기업에 파묻혀 주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증권사 IB 담당자와 만나 상장 시기를 3분기와 4분기로 나눌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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