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 권역별 시장 지배력을 기준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하면서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합병을 최종 인가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권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을 규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좌초될 위기에 몰리면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결합하면 전국 78개 권역 중 21곳에서 시장(가입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두 기업의 합병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작성한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권역은 19곳이다. 이 중 시장(가입자) 점유율 50%를 넘는 곳도 13곳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1위인 권역이 21곳으로 늘어나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전국구 사업을 하는 IPTV 등이 등장하며 형평성 논란이 일자 방송법에선 이같은 권역별 점유율 규제가 폐지됐다는 점이다.
미래부는 지난 2014년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권역 단위 겸영 제한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권역을 기반으로 한 점유율, 소유 규제를 없앤 셈이다.
이에 맞춰 미래부는 지난해 한 사업자가 전국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1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를 내놨고, 유료 방송 업계는 이를 점유율 규제 지표로 봤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지난해 9월 기준 KT 유료방송 가입자는 843만명(29.3%),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의 추산 가입자 수는 749만명(26%)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합병해도 유료가입자 수가 규제를 거스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은 권역별로 허가를 받아 출발했고, 그래서 한 지역에서 50%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기 쉬운 산업"이라며 "이를 공정위가 독과점으로 몰며, 방송법과 배치되는 기준을 내세운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도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CJ헬로비전 측은 "공정위가 말하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 판단은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도 정면 배치된다"며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될 위기에 몰리면서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업체의 사업 매각도 험난해 졌다는 점이다. KT나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할 의향이 있어도 공정위의 권역별 기준으로는 시장 경쟁을 막는다고 판단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IPTV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어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퇴로가 막혔다며 침울한 분위기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 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 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