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UN과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에게 빅데이터를 토대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공동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또 KT가 확보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및 구제역(FMD) 확산 방지 관련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유엔을 통해 개발도상국가에 확산방지 시스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UN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한계가 없는 세상을 열자(Pioneering a Limitless World)'를 주제로 연설했다.
UNGC 리더스 서밋 2016 본회의에서 첫 연사로 무대에 오른 황창규 회장은 유엔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Telco)들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UNGC 리더스 서밋은 22~23일 이틀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황창규 회장은 KT가 빅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해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에 기여한 사례를 공유했다. 정부와 협력해 AI 확산경로를 빅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가축수송, 사료운반 차량의 이동경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연간 18억 달러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또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AI뿐 아니라 사스, 메르스, 지카, 에볼라와 같은 감염병에도 적용이 가능하는 점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의 노력에 의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로 "73억대에 이르는 휴대폰에서 빅데이터를 비롯한 위치정보, 로밍 데이터 등이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3단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1단계는 전 세계 800여개 통신사업자들의 로밍 데이터 공유, 2단계는 각국 정부가 국경을 초월해 통신사업자들의 로밍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로밍 데이터는 개인정보인 만큼 공익을 위해 각국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엔은 각국 정부와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연간 600억달러
현재 KT는 미래창조과학부, 질병관리본부 등과 함께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차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의 국내 유입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검역시스템은 여행자가 국내로 들어올 때 최종 출발한 국가만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새로운 시스템은 여행자가 방문한 모든 국가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귀국자로 인한 해외 유행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줄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와 협력해 AI뿐 아니라 구제역 확산 방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KT는 AI 및 구제역 확산 방지 관련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유엔과 함께 오픈소스처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공개는 물론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 및 기관에 관련 노하우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또 KT는 개발도상국에 AI, 구제역 확산 방지 시스템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통신망을 기반으로 동물 감염병 확산 방지 정보획득 시스템을 해당 국가의 상황에 맞춰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엔과 공동으로 국가별 확산 양상을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방역체계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KT는 공항 방역절차의 표준 제정을 위해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시스템과 ICT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국의 상황에 맞춰 활용한 수 있는 방안과 프로세스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빅데이터 협력을 통해 감염병 확산이 차단된다면 경제효과 또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위협 프레임워크위원회(GHRF)'는 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발생 가능한 감염병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연 평균 6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계 뛰어넘는 기술혁신, '보다 나은 내일' 원동력
황창규 회장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글로벌 협력 제안에 앞서 '한계 없는 세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에서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연결뿐 아니라 경제 발전과 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KT의 '기가 스토리'를 소개했다.
기가 스토리 중에서도 서해 최북단에 위치해 안보와 재난, 이중의 위협에 시달리는 백령도를 대표 사례로 손꼽았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기가 대피소, 스마트폰을 통해 항구에 정박한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KT는 백령도뿐 아니라 전남 임자도, DMZ 대성동, 지리산 청학동에 기가 스토리를 운영 중이다.
이번 연설에서 황창규 회장은 "엔지니어로서 '기술혁신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경제적 발전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혀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이 때문에 주어진 한계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대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등으로 ICT 기술혁신이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통신사업자의 역할 또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통신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적 ICT 융합 비즈니스를 통해 '보다 나은 내일(better day)'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ICT 기술혁신을 통해 모든 사물이 연결(Connectivity)되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Big Data)가 생성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만 하더라도 현재까지 신재생에너지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대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안이다.
KT는 세계 최초로 복합 에너지 솔루션인 KT-MEG(Micro Energy Grid) 상용화에 성공했다. 실제 국내 병원에서 KT-MEG을 활용한 결과 에너지 비용을 72%나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KT-MEG은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비책이 될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사이트의 10%만 적용해도 원자력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을 줄일 수 있는데 연간 570억 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에 적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이상으로 기후변화 대비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22일 UNGC 리더스 서밋 2016 개막행사에 참석해 유엔 및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글로벌 리더들은 KT의 기가 스토리는 물론 유무선에서 기가급 속도를 구현한 기가 LTE, 기가 와이어 등에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23일 오후에는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포레스트 라인하트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창규 회장은 라인하트 교수에게 기가 스토리를 비롯한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황창규 회장은 "이번 UNGC에서 제안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공동과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에서 통신사업자는 막대한 빅데이터와 ICT 융합 솔루션을 바탕으로 인류가 편리하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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