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후계자 선정을 두고 내부 갈등을 빚었던 식품기업 아워홈이 결국 장남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20일 아워홈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하고 기존 이승우 사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각 대표들의 업무 분장은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구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헬렌 커티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 은행,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다방면에서 폭넓은 경영 실무능력을 쌓았다. 또 구 대표는 동경 법정대 객원 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을 역임하는 등 미시·거시경제에 대한 통찰력과 전문지식을 보유했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아워홈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은 구자학 회장으로, 자신의 지분을 자녀 4명에게 물려줬지만 아직도 회사 안팎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 씨와 구지은 전 부사장이(20.67%)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 부회장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이 38.56%로, 오랫동안 아워홈의 최대주주였지만 그동안 경영에 참여하진 않았다.
반면 구 부회장의 여동생인 구지은 전 부사장은 10년 넘게 아워홈의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며 내부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구 전 부사장을 아워홈의 유력한 후계자로 관측했으나, 구 전 부사장이 지난해 7월 보직 해임되면서 후계구도가 안갯속에 가려졌다. 이후 구 전 부사장은 올해 1월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또 다시 3개월만에 계열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 등기이사에서도 빠졌다.
대신 이 자리는 장남인 구 부회장이 등재됐다. 구 부회장은 지난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이사에 처음 등재된 후 2개월만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로 인해 당시 업계에서는 아워홈 후계자 자리는 사실상 장남이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아워홈은 구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많은 내부 갈등을 겪어오며 혼란을 겪었다.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경영진 간 갈등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지난해에는 6개월 만에 CEO가 세 번 교체되는 등 내부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아워홈 대표였던 이승우 사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임기를 2년이나 앞두고 있었지만 이 사장이 자리에 물러나면서 안팎으로 구 전 부사장과의 불화설 등 여러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이후 아워홈은 구 전 부사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김태준 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을 새롭게 영입했으나 김 전 부사장은 4개월만에 대표 자리를 사임했다. 이어 구 전 부사장 역시 지난해 7월 보직 해임되면서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또 이승우 사장은 구 전 부사장이 물러나자 바로 회사로 복귀해 대표를 맡았다. 구 전 부사장은 7개월이 지난 후 올해 1월 아워홈에 다시 복귀했지만 업계에선 그가 지난 3월부터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국 구 전 부사장은 올해 4월 아워홈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현재 계열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 7개월여간 벌어진 구 전 부사장과 기존 경영진의 갈등 뒤에는 구 부회장도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한 때 퍼지기도 했다"며 "후계자 싸움이 내부 갈등으로 표출되면서 CEO 교체도 잦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LG 오너 일가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범LG가인 아워홈도 이런 가풍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구 회장이 이사회에 속해 있는 데다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이번 결정도 구 회장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남 체제'로 후계구도가 사실상 정해진 아워홈은 앞으로 '2020년 매출 2조5천억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급식시장 개척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참여 차원에서 이번에 구본성 대표를 선임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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