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게임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래픽만 보강된 '붕어빵' 게임이 쏟아진 데 따른 영향이다.
똑같은 방식, 엇비슷한 캐릭터가 서로 겹치다 보니 결국 마케팅 파워가 게임의 흥망을 가르는 중대 요소가 됐고 이마저도 당초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액션 RPG를 바라보는 게임사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네시삼십삼분의 신작 '스펠나인'은 기존 액션 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게임성을 갖춰 이색적이었다. 앞서 시장에 출시돼 흥행에 성공한 액션 RPG의 흥행문법을 모두 탈피하고 독자적인 영역을 내세운 점이 흥미로웠다. 가상패드 대신 화면을 터치해 캐릭터를 이동하게 하거나, 미드코어 RPG만의 재미 요소인 수집을 액션 RPG에 심도깊게 구현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스펠나인'은 여타 액션 RPG들처럼 주어진 캐릭터를 강하게 육성하는 과정을 담았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각종 무기와 갑옷 등 장비 수집이 중요한 여타 게임들과 달리 '스펠나인'은 강력한 기술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다. 다른 이들은 갖추지 못한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스펠나인'만의 지향점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스펠나인'은 여타 게임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재미를 준다. 근접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나 원거리 기술을 펼치는 전사 등 개성 있는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어서다. 같은 캐릭터로 시작해도 어떤 기술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180도 달라지는 셈이다. 여타 액션 RPG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수집의 재미도 경험할 수 있다.
이용자간대결(PvP)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고 조작할 수 없게 만들어진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 게임에서는 14레벨을 달성하면 다른 이용자와 맞붙을 수 있는데,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조종하는 이른바 비동기화식 PvP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전투에 개입할 수 없으며 자동으로 펼쳐지는 전투를 구경만 해야 한다. 레벨이 높고 효율 좋은 기술로 무장한 쪽이 승리하는 구조인 셈. 이용자의 컨트롤적 실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 호불호가 갈릴 듯 했다.
이처럼 '스펠나인'은 기존 액션 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된다. '스펠나인'이 기존의 흥행공식에서 벗어난 액션 RPG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지 혹은 그렇지 못할지 말이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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