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미세먼지 논란의 중심에 고등어와 경유차량이 있다. 고등어는 육지로 끌려나와 괜한 뭇매를 맞은 셈이고, 경유차 차주 역시 환경오염 주범으로 내몰린 꼴이 됐다.
그런데 그간 경유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이라는 징벌적 과세를 해왔다. 이 환경세의 목적은 명목상 '대기질개선' 이다. 경유차는 일정한 대기오염을 전제로 운행하니 차주들이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이른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환경세가 올바르게 쓰였다면 이 같은 푸대접이 이어졌을까' 하는 의문에서 인터넷포털 내 RV차량 카페 게시판은 불만으로 가득하다. 환경부가 징수한 2014년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5천171억원 중 대기질 개선에 투입한 돈은 26%인 1천370억원에 불과했다. 다른 용도로 전용된 비용 때문에 미세먼지 확산 속도를 더디게 했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정부가 시민단체와 일부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클린디젤' 운운하며 경유택시 도입을 장려하고 할당량을 지정했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급기야 수입산 디젤 차량(유로5, 6 기준)이 배기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들 차량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사실이 논란거리가 됐다.
지금도 거리 위에는 허위 클린디젤 행세를 하는 아우디 폭스바겐 차량 12만1천38대(폭스바겐 9만2천247대, 아우디 2만8천791대)가 질주하고 있다. 이들 차량을 소급적용해 환경세를 부과할 방법은 없다.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자주 거론되는 문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전히 도입 이전이다. 그 덕에 12만여 대가 내뿜는 오염물질을 개선하는 데 또 국민의 혈세가 쓰이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개선비용 부담법'상 환경개선 사업 전반에 쓸 목적으로 징수하는 것으로 반드시 대기질 개선에 투입해야 하는 재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 돈이 쓰이는 곳은 어디일까. 고등어 표면에 특정 액체를 발라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 개발에 쓰이는지, 4대강 사업 이후 출몰하는 녹조라떼 제거나 큰볏이끼벌레 잡는데 쓰고 있는지는 일반 국민은 상세히 알 수 없다.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댓글이 올랐다. "트럭이 생계수단이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며, 환경에 대한 죄의식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꼬박꼬박 환경개선부담금을 납부해왔다." 정부는 이제 여기에 더해 유류세 속에 환경세를 더해 이중부담을 지우려 한다.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조치인지 의문이다. 이번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소를 20기나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가동한 지 40년 넘은 석탄화력발전소 11기를 2030년까지 중단하겠다지만 이 기간 중 완공될 신규 석탄발전이 가동될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설비용량으로 비교하면, 폐쇄될 설비보다 새롭게 추가될 석탄화력발전소 용량이 5배 수준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그럴봐에야 미세먼지 주범 고등어 구매자에게 징벌적 환경세를 매기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리고 있다. 예비전력이 30%를 웃돌고 전력수요 증가율이 둔화한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수급'이라는 명분도 사라졌다. '중국 때문'이라는 핑계도 앞으로는 적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내연기관을 버리고 100% 전기차 시대를 선언한 상태다. 석탄화력에 대한 감축 목표도 한국보다는 구체적이다.
차라리 자전거 보급 확대에 고심 중인 서울시의 정책이 대기질 개선과 관련해 국민을 강제할 수 있는 훨씬 효과적인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사과받아야 할 쪽은 고등어이다. 지난달 23일 환경부 발표에 의해 고등어 10Kg 한상자는 전 주 대비 80% 가까이 하락했다. 미세먼지 2천290ug/m3을 유발한다는 이 생명체는 스스로 미세먼지를 유발한 적이 없다. 오로지 사람의 행위와 그 결과가 미세먼지를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산업화에 묶인 인간 행위의 귀결일 뿐, 고등어는 무죄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