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최근 디젤자동차가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더티 디젤'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최근 환경부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사에서 조사 대상 대부분의 차종이 인증기준(0.08g/㎞)보다 높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티 디젤'이라는 인식이 확산, 소비자의 관심이 친환경차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디젤차 성장 '주춤', 하이브리드 판매량 '훨훨'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총 1만8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천대)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하이브리드 국산차와 수입차는 각각 6천60여대, 1천300여대가 팔리며 역대 최대 성적을 내기도 했다.
반면 올 1월부터 4월까지 디젤 승용 판매량은 22만2천952대(42.7%)로 가솔린 승용 24만2천840대(46.6%)보다 약 2만대 적게 팔리는데 그쳤다. 2011년부터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디젤차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이같은 흐름은 디젤차 비중이 높은 수입차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디젤 수입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디젤차는 1%(68.4%→67.4%) 가량 줄어들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2% 이상 (3.5%→5.7%) 상승세를 보였다.
디젤차의 성장세를 이끌던 '클린 디젤'이라는 표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커지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투자 정용진 책임연구원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연비 및 배출가스 스캔들 우려는 완성차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며 "자동차업계로서는 환경오염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환경 규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을 놀려감과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의 연비 개선 속도를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젤車 불신? "성장세 줄지 않을 것"
이처럼 최근 디젤차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디젤차 비중이 줄지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날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중장기 내수시장 구조 변화'에 따르면 향후 내수시장은 경차·대형차 비중 확대 및 SUV 선호 지속,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 시장 세분화 추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 속 가솔린 비중은 지난해 대비 2020년까지 3.5% 감소하는 반면, 디젤차는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친환경차는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친환경차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디젤차의 성장세가 단기간에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재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구매 비용과 유지비 등 경제성 요인을 우선시하는 1인 가구와 고령층, 여성의 특성에 따라 가격이 낮은 경차, 효율성이 강점인 해치백, 다목적 용도의 SUV 등에 대한 선호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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