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국회 상임위원회가 국정 현안에 대한 청문회를 상시 개최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발의한 개정안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결됐다. 지금까지는 청문회를 하려면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뒤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꾸려야 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상임위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조항 때문에 새누리당은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지면 의사일정 마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으나 당내 비박계가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정 의장에 책임을 돌렸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시때때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언제든지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하면 그 현안에 대해 정쟁만 일삼고 상임위 본연의 업무를 못 한다"며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국회 관행을 무시한 국회의장의 독단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입장을 듣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 의장은 20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의장 권위를 무시하는, 누워서 침 뱉는 이야기"라며 "(개정안을) 직권상정 한 게 아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본회의 일정을 잡아야 하고 그 일정을 잡는 건 전적으로 의장 권한이다. 의장이 로봇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개정안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것을 정치 공세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을 거론, "예를 들면 공용 화장실을 그대로 둘 것인지,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 때 그때 그때 대처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靑, 또 거부권 행사?…野 "말 뿐인 협치 비판 일 것" 경고
청와대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당장 야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비롯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실시하려는 태세다. 사안마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국회 뿐 아니라 국정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청와대는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언론들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해 줬는데 검토해보고 드릴 말씀이 있으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 사태 때처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재의를 거쳐 폐기됐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에 파장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는 말 뿐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통과로 20대 국회부터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졌다"며 "의미있는 변화를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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