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이곳은 우리 국민의 숭고한 마음으로 지어진 국내 최초, 최고의 어린이 재활병원입니다."
국내 최초로 시민과 기업,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기부로 건립된 병원.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와 사회복귀를 위해 설립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21일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오는 28일 개원하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병원을 짓는 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린이재활치료 영역은 병원 건립과 운영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낮은 의료보험 수가와 제도적 지원 미비를 이유로 국내 의료기관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비영리공익법인 푸르메재단은 10만여명에 이르는 장애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병원을 짓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 사업 포기까지 검토했다. 운 좋게 이러한 상황이 널리 알려지자 시민과 기업, 정부가 병원 건립기금을 십시일반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금에 동참했다. 200억원의 거금을 쾌척한 게임사 넥슨을 비롯한 500여 개의 기업도 함께 했다. 2011년 작고한 故 박완서 소설가는 첫 인세를 기부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도왔다. 마포구는 상암동 병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서울시는 건축비 일부와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이들의 간절한 염원과 집념으로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건강정신과, 치과 등 4개 진료과와 재활치료센터를 비롯해 수영장, 문화교실, 어린이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의 병원이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철저한 맞춤형 시설"
실제 이곳은 장애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맞춤형 시설로 가득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일반 병원과 달리 휑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장애 어린이 상당수가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만큼 이동에 제한되는 기둥이나 벽면 등의 장애물을 과감히 제거했기 때문이다.
건물 각 층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는 일반 엘리베이터와 달리 폭이 2배 이상 넓었다. 가장 폭이 좁은 복도도 최소 2미터는 넘게 설치됐다. 화장실 역시 전반적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구성돼 있었다.
벽면에는 성인 무릎 높이에 아이 보호를 위한 각종 쿠션이 설치돼 있었다. 보호자가 장애 어린이의 화장실 용무 해결을 제약 없이 도울 수 있도록 남녀 공동 특수화장실도 마련됐다.
건물 3층과 옥상은 주차장과 바로 연결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병원으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곳은 곳곳에 턱 대신 경사대를 설치했다. 모두 장애 어린이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의료장비 역시 일반 의료기기와는 사뭇 달랐다.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X-ray) 장비는 수직으로 조정이 안 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엑스레이 촬영을 하려면 휠체어에서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곳은 수직으로 조정 가능한 특수 장비를 수입했다.
이밖에도 치과 진료실의 경우 치료대 10대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임에도 진료대 4대만 설치했다. 환자가 탑승한 휠체어 공간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대기번호만 500번대…30억원의 운영적자 예상돼 지원 절실
우리나라에는 의료재활과 사회재활, 직업재활을 연계한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이 아직 없다. 어린이 전문재활병원 200여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140여개), 미국(40여개) 등과 대비된다.
더욱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영리병원이 아니다. 운영 목적으로 치료비를 받기 때문에 일반 병원 대비 약 20%가량 치료비가 저렴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병원 곳곳에서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3월28일 시범 운영을 시작한 현재 진료 대기순번만 500번대에 이르는 등 장애 어린이를 둔 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많은 상황이다.
넥슨 박이선 사회공헌팀장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진료범위가 신체, 정서적 분야를 총괄하는 등 전인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문의전화가 상당하다"며 "개원 이후 더 많은 환자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전도 예상된다. 이 병원은 예상보다 많은 건축비 등의 이유로 현재 15억원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병원 측은 매년 30억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경학 상임이사는 "장애 어린이와 가족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어린이 재활병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부가 필요하다"며 "지원체계 제도화 및 관련 법률 제정 등 병원 운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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