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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기부금 50억…환경부 산하 협회 통장서 3년간 '용도불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재에 쓰지 못한 채 환경보전협회 통장서 잠들어

[유재형, 이민정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유통·제조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피해 보상책 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3년 전인 2013년 옥시가 출연한 50억원이 피해자 단체와 무관한 환경부 산하 협회 통장에 묶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80%가 집중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제조·유통사 옥시레킷벤키저의 샤시 쉐커라파카가 대표는 지난 2013년 11월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피해자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50억원의 기부금을 마련해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럼에도 옥시 측이 환경부에 건넨 이 돈은 3년이 지나도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을 위해 단 한 푼도 쓰이지 못했다. 롯데마트의 17일 '100억원' 출연계획 발표에도 피해자 가족들이 크게 기대하지 않는 이유다.

옥시 측은 2014년 3월 환경부에 50억을 전달했으나 환경부는 민간기업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수령을 거부하자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보전협회가 나서 이 돈을 받아왔다. 산하기관 중 세 부담없이 기부금을 수령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는 게 그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기부금을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정부 부처가 민간기업이 건네는 돈을 기탁 받아 보관할 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옥시가 건넨 50억원을 집행할 사무국을 자임했던 환경보전협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창구 문을 닫았다. 9개월간 사무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2천700만원을 지출한 뒤였다.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사무국 구성위원회 참여를 거부했으나 이 기간 중 지출된 비용은 옥시 측이 건넨 기부금에서 전액 처리됐다.

20일 환경보전협회는 2천700만원을 제외한 금액과 잔액에 더해진 이자까지 통장에 보관 상태라고 밝혔다. 폐 손상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늦어진 채 이 기간 중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1천528명(사망 239명)을 넘어섰다. 이 돈은 현재까지도 회계상 협회 재산목록에 등재돼 있다.

환경보전협회는 50억원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쓰이지 못한 이유를 사무국 구성에 있어 피해자 측 참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보상금도 아닌 기부금 용도로 건넨 돈은 받지 않겠다며 처음부터 불참의사를 밝혀왔다.

문제는 당초 50억원의 사용 용도를 두고 가해 기업인 옥시, 주무기관인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보전협회 3자에 의한 협약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피해자나 그 가족은 배제된 채 가해 기업을 기금 운영주체로 인정한 꼴이 됐다.

2011년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조사해 온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옥시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인도적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가 쓰게 되면 옥시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고 생각해 피해자 모임은 애당초 참여를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당시 옥시 기부금 50억원은 롯데마트가 약속한 100억원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마트는 사과 이후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재원이라고 밝혔지만 옥시 측이 건넨 기금은 가해 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이 합의 내용대로 쓰일 사회적 기금이기에 직접적인 피해자 구재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가해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4단계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치료 및 장례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기업에게 피인정인에 지급한 액수를 청구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정부는 구상권 청구 대상 기업이 지급한 금액마저 피해자 구재에 사용하고 있지 못한 형국이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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