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지난해 각국 정상의 신기후체제 합의 이후 정치권의 달라진 에너지 정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지만 각 정당 에너지 공약을 살펴보면 이는 소수정당 만의 고민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 전환이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정성 문제가 대두된 원전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4.13총선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삼척·영덕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고리 원전 수명연장과 관련한 각 후보들의 입장표명이 일정 부분 당락에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선이 가지는 한계라는 해석도 있으나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대형 이슈를 부각하기 보다는 특정인물의 행보에 치우치는 언론 보도를 문제삼고 싶다"고 지적했다.
각당이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보는 시각은, 새누리당은 '찬성'이며, 더불어민주당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총선 공약을 통한 찬반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면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신규․노후 핵발전소 건설중지와 시기별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환경·에너지 분야의 공약을 중심 의제로 채택한 이유에 대해 "정의로운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땀의 정의, 환경 생태지속가능성을 중심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심 대표는 "원전중심의 전력정책을 고수하니, 제2의 반도체산업이라 불리는 '태양광산업'과 제2의 조선업이라 불리는 '풍력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노후원전 폐쇄, 신규원전 건설 중단으로 2040년 원전 ZERO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원외정당인 노동당이 채택한 에너지 공약은 2040년 탈원전 완성과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차 에너지 기준 20%(전력사용 기준 30%)까지 확대, 지역에너지 중심체계 수립,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입법 등이다. 하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탈핵에너지 전환과 기후 보호를 정당 강령에 담은 녹색당 역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하며,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2030년까지 탈핵을 공약했다. 탈핵 시기로만 보면 정의당과 노동당 보다 10년 앞선다. 또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해 기후를 보호하고 경제 녹색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책실종 선거라는 비판 속 당자자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통해 에너지 이슈를 부각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두 정당 모두 집권기간 동안 획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지속가능한 친환경사회를 건설'이라는 대목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이상기후에 대한 적응능력 강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직접적인 에너지 산업 규제를 명시하진 않았다. 또 공약에서 거론한 '대응'과 '적응'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 체계 개편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기후변화협약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 저장용 중대형 리튬이차전지 산업, 노후 원전 해체산업, LED, 송배전기기 등 '스마트그리드' 육성안을 담고있다.
원전 문제에 있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해 책임성을 강화하고 발전용 원자로의 건설ㆍ운영ㆍ수명연장 및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의 건설ㆍ운영 허가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탈핵시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2050년 원전 폐쇄'를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공약 속에서 기후·에너지 문제 자체를 담고 있지 않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연구원은 "역대 최악의 정책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책임있는 정당이 지역별 공약에서 조차 에너지 이슈와 관련한 현장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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