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정신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제과에 이어 호텔롯데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롯데제과에서는 49년, 호텔롯데에서는 43년 만의 퇴진이다.
또 롯데그룹이 서서히 서류와 조직도에서 신 총괄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 롯데는 앞으로 한일 '원톱'으로 우뚝 선 신동빈 회장 체제가 더 굳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21층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갖고 신 총괄회장를 등기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았다.
16분만에 끝난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해 결산관련 보고, 결산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기임원 재선임의 안건 등이 의결됐다. 지난 28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와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재선임됐다.
그러나 같은 날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이 의결되지 않아 호텔롯데 창립(1973년) 이래 43년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데다 현재 성년후견인 신청까지 제기된 상태로 회사 이사로서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재선임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제과도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7층 대강당에서 제 49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 총괄회장을 제외한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롯데제과 이사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2명을 사내 이사로 재선임하고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민영기 롯데제과 본부장을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또 임기만료된 사외이사 2명 중 송영천 이사만 재선임 되고 박용호 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17분만에 끝난 이날 주총에서 신 총괄회장은 1967년부터 49년간 이사로 재직했던 롯데제과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후 신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하면서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 롯데제과·호텔롯데·롯데쇼핑·부산롯데호텔·자이언츠구단 등 한국 주요 계열사와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후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건강 이상설에 꾸준히 제기된 데다 최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이 논의되면서 롯데 측이 신 총괄회장의 주식회사 이사직을 그대로 두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호텔롯데 외에도 계열사별 임기가 끝나는대로 순차적으로 이사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각 계열사의 신 총괄회장 임기는 ▲ 호텔롯데 2016년 3월 28일 ▲ 롯데쇼핑 2017년 3월 20일 ▲ 부산롯데호텔 2016년 11월 ▲ 자이언츠 2017년 5월 ▲ 롯데건설 2017년 3월 26일 ▲ 롯데알미늄 2017년 8월 10일 등이다.
반면 최근 신동빈 회장 편에 선 것으로 보이는 신영자 이사장은 이달 열린 롯데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연이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신 총괄회장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신 이사장은 이날 호텔롯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으며 지난 18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도 동생 신동빈 회장과 함께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최근 신영자 이사장까지 신동빈 회장 쪽에 기우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점차 불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사이에서도 신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이 최근 잇따라 신 총괄회장은 이사직에 재선임하지 않으며 '신동빈 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누나인 신 이사장의 자리는 지켜주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초기와 달리 신 회장이 상법상 주총과 이사회 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데다 경영 역량도 보여줬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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