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국내 게임사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가 페이스북을 겨냥한 글로벌 특허 전쟁을 예고해 주목된다. 그동안 해외 특허관리 전문회사(NPE:특허괴물)들로부터 특허 소송을 주로 당해왔던 한국 기업이 역공을 펼친 셈이다.
본격적인 특허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카카오(대표 임지훈)와 벌인 '전초전'이 어떠한 양상으로 펼쳐질지 여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4일 카카오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특정 게임을 설치한 친구 리스트를 전송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게임 그룹 내 랭킹을 제공하는 카카오 게임의 기능이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친구API'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친구API는 SNS 친구 중 특정 게임을 설치한 친구 리스트를 전송하거나 SNS기반의 게임 그룹 내 게임 랭킹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6월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 2014년 등록을 마쳤고 2015년 11월에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동일한 특허 등록을 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카카오에 특허권을 주장한 이유는 페이스북, 라인과 같은 글로벌 업체들에 특허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들 회사간의 특허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를 비롯해 라인, 페이스북 등 SNS 기반 게임센터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모두 친구 API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 회사가 제공하는 게임센터 역시 SNS상 친구를 기반으로 한 친구 랭킹 등의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특허 전문 자회사인 케이이노베이션을 설립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오는 5월 해당 자회사의 일본법인을, 9월에는 미국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특허 권리 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 중인 글로벌 특허는 771건으로, 이는 전세계 게임사 중에서도 코나미·남코·세가·스퀘어에닉스에 이어 보유 특허 건수 5위에 해당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사들은 특허, 저작권 등을 앞세운 글로벌 게임사들의 공격에 시달려 온 경우가 많았다. 영국 게임사 킹은 국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모바일 게임 '포레스트매니아 포 카카오'가 자사 '팜히어로사가'의 게임방식 및 캐릭터 요소 등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2014년 9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월즈닷컴은 가상세계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시스템과 방법 등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08년 엔씨소프트를 고소하기도 했다.
케이이노베이션 IP사업담당 고형석 이사는 "한국의 IT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기술에 대한 특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로열티 수익을 해외 기업에 빼앗기거나 해외 특허관리 전문회사로부터 글로벌 특허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잦았다"며 "그동안 한국 기업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IT기술력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통한 수익 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특허 수익화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카카오…협상 혹은 분쟁
이제 게임업계의 시선은 NHN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와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꿸 지 여부에 쏠렸다. 카카오는 페이스북을 겨냥한 글로벌 특허 권리 행보를 주장하는 NHN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상대다.
카카오 측은 아직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경고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경고장의 내용을 파악한 후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허 분쟁에 휘말린 카카오가 취할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NHN엔터테인먼트와의 협상을 통해 소정의 로열티를 지불할 수도 있고, 본격적인 법정 분쟁을 선택할수도 있다.
이 경우 카카오는 NHN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는 친구API에 대한 특허 무효를 주장하거나, 해당 특허 권리는 인정하되 카카오 게임은 해당 특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할수 있다. 카카오 게임의 친구 리스트 기능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특허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테크엔로의 구태언 대표 변호사는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공보의 모든 청구항을 침해해야만 특허 침해로 인정된다"면서 "법정공방이 시작될 경우 해당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다투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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